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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대 여성 실업률 매달 최고치 경신…남자보다 높은 취업 문턱에 우는 여성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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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축하 꽃다발을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취업게시판에 붙은 취업 정보를 들추는 졸업생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취업난을 엿볼 수 있다. [동아DB]

 

“평가 과정에서 저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남자 지원자들이 저를 제치고 합격하는 모습만 두 번째 보고 있네요.” 

취업에 2년째 도전 중인 이모(25·여) 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기업 공채 최종 면접까지 두 번 올라갔으나 전부 최종 탈락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공채에서 실무평가를 잘 치른 것 같아 합격권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탈락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을 보니 실무평가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한 남자 지원자의 이름이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좌절된 것 같아 억울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대란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 고용시장이 한껏 얼어붙으면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불이익을 보고 있다. 실제로 여성 실업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정부에서도 기업의 여성 고용을 장려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최대 여성 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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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대부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온라인 구직 사이트 ‘인크루트’는 1월 25일 구직 경험이 있는 여성 593명을 대상으로 여성 취업 장벽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구직 활동을 하며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72%의 응답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 관악구의 김모(24·여) 씨는 “서류전형에서도 기업은 남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학과 내에서 취업 스터디를 한 적이 있는데 학점, 토익 등 정량적 스펙은 여학생이 더 강했지만 정작 서류전형 합격률은 남학생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대 여성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1월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전년보다 1.0%p 오른 7.3%였다. 이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환위기 여파로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된 1999년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보다 0.5%p 낮은 6.8%였고,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6%를 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11월 20대 남성 실업률은 9.1%로 2015년 11월에 비해 1.0%p 떨어졌다.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월부터 매달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월 실업률은 11.4%로 여성 실업률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20대 여성 취업자 수도 하반기 들어 줄어들기 시작했다. 11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94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남성 취업자 수의 감소 폭은 20대 여성의 4분의 1 수준인 3000명에 그쳤다.

20대 여성의 취업 사정이 남성에 비해 더 나빠지고 있지만 정작 실업률은 같은 나이의 남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렇듯 현실과 통계에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실업률 통계를 내는 방식 때문이다. 고용통계에서는 급여를 받으며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전부 취업자로 본다. 따라서 생계를 위해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청년도 취업준비생이 아닌 취업자로 집계된다. 

문제는 이러한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인 청년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 지난해 8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여성 취업 애로요인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청년 가운데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불완전 취업자는 총 5만4000명이다. 이 중 64.2%(3만4000명)가 여성이었다. 실제로 취업 희망자의 비율도 여성이 더 높았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총 80만3000여 명의 취업 희망자 가운데 50.9%(40만9000여 명)가 여성이었다. 
 

채용 기피 이유는 출산, 육아 공백

20대 여성 실업률이 가파르게 증가한 근본적 원인은 지난 한 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기획재정부는 2016년 고용·실업률에 대해 “신규 채용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등으로 청년과 조선업 밀집지역의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 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210개 가운데 48.6%(101개)가 2016년 신규 채용 규모를 2015년에 비해 줄였다. 

안 그래도 혹독한 신규 채용시장은 여성 구직자에게 더 가혹하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기업 407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사의 69.8%가 ‘채용 시 남성 지원자가 유리할 때가 많다’고 답했다. 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실 연구위원은 “기업이 여성 근로자의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남성 근로자에 비해 출산, 육아 등으로 노동의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안양시의 정모(26·여) 씨도 “입사 면접을 보러 다니면 10개 회사 중 대여섯 곳이 출산 및 육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심한 경우 ‘출산 후 직장은 어떻게 다닐 것이냐’는 질문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5년부터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기업의 여성 고용 차별을 막아보겠다며 남성 육아휴직급여 제도를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8만9795명) 대비 남성 육아휴직자는 8.5%(761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취업 지원책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2013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고 4조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대 여성에 특화된 고용정책은 전무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 청년고용할당제의 남녀비율을 맞춰 여성 구직자가 소외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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