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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가 답이다? 방송가는 왜 ‘시즌제’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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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네변호사 조들호’ 지상파 TV에선

배우까지 이어지는 첫 시즌제 드라마

청춘시대·겨울연가·혼술남녀도 준비




사전 제작과 시즌제. 수년 전만 해도 한국 티브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태양의 후예>(한국방송2) 성공을 계기로 사전 제작 드라마의 장밋빛 인생이 점쳐졌고, 이제 시즌제 정착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을 아우르며 시즌제가 활발해지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 모두 뛰어들었다. 

■ 주인공 같은 진짜 시즌제 드라마 쏟아질까 지난해 방송한 <동네변호사 조들호>(한국방송2)는 시즌2를 기획 중이다. <태양의 후예>를 만든 제작사 뉴가 지난해 8월 차린 콘텐츠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에서 제작한다. 박신양이 시즌1에 이어 다시 출연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청춘시대>(제이티비시, 2016)도 시즌2를 기획 중이고, 시즌1에 출연한 배우들 섭외에 공을 들인다. 한류열풍의 시초였던 2002년 <겨울연가>(한국방송2)도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겨울연가>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시즌1을 쓴 작가들이 집필 중이다. 출연 배우나 방송 시기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나쁜 녀석들>(오시엔, 2014), <혼술남녀>(티브이엔, 2016)도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355559_001_20170303094604916.JPG?type=w540<청춘시대>이미지 원본보기0002355559_002_20170303094604940.JPG?type=w540<언니들의 슬램덩크>

오랫동안 한국에서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는 2006년 시작한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가 유일했다. 1999년 나온 <학교>(한국방송2)가 7번째 시즌인 <학교 2017>를 올해 방영하고, <미세스캅>(에스비에스)이 2015년 시즌1에 이어 2016년 시즌2을 내보낸 바 있지만,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시즌제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다. <궁>(문화방송, 2006, 시즌2 2007), <아이리스>(한국방송2, 2009, 시즌2 2013), <드림하이>(한국방송2, 2011, 시즌2 2012)도 시즌2를 방영했지만, 설정만 가져오고 제목과 포맷만 같은 뿐 주인공이 달랐다는 점에서 진정한 시즌제라고는 보기 어렵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출연 배우가 같다는 점에서 <막돼먹은 영애씨> 이후 두번째이자, 지상파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시즌제 드라마인 셈이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355559_003_20170303094604969.JPG?type=w540한국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작 <막돼먹은 영애씨>

■ 예능도 시즌제 시대 시즌제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더 활발해지고 있다. 주로 휴직기 뒤 기존 멤버 한두명을 두고 새 얼굴을 투입하는 형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전까지는 2007년부터 10년 동안 3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처럼 멤버가 바뀌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삼시세끼>(티브이엔)는 2014년부터 이서진과 차승원이 번갈아 메인 진행자가 되어 유유자적 삶을 산다. <신서유기>(티브이엔)는 2015년부터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을 주축으로 다른 멤버만 교체 투입되어 세번째 시즌을 선보였다. 2월18일 시작한 <내 귀에 캔디 2>(티브이엔, 시즌1 2016), 3월2일 시작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 4>(티브이엔, 시즌1 2015)도 시즌제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355559_002_20170303094604940.JPG?type=w540<언니들의 슬램덩크>

지상파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선보인 <언니들의 슬램덩크>(한국방송2)는 김숙과 홍진경을 두고 멤버를 교체한 뒤 2월10일부터 시즌2(12부작)를 방영하고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4월 시즌2로 돌아온다. 이문세, 이소라가 출연해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2월7일 끝난 <살림하는 남자들>(한국방송2)도 2월22일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2는 아니지만 <무한도전>(문화방송)은 7주간 쉬고 있다. 10년간 방송하며 아이디어 고갈과 체력 고갈 등으로 지친 제작진한테 주어진 재정비 시간이다. 한 지상파 예능국 피디는 “지상파는 10회, 12회 등 짧게 내보내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시즌을 선보이는 케이블과 달리 한번 만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즌제를 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최근 들어 예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장르 다양화, 미디어 환경 변화…시즌제 불렀다 방송가에 부는 시즌제 바람은 장르의 다변화와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관련 있다. 모바일 등의 시장이 커지면서 짧은 작품을 소비하는 이들이 늘었다. 다양한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도 적용했다. 방송사들이 늘면서 적자를 줄이려는 안전성과도 연관된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간부는 “대작에 투자하기보다는 이전에 성공한 작품을 다시 제작하는 게 안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작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드라마든 예능이든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시즌제로 만든다. 예능도 드라마도 시청률이 첫째지만, 지속성 여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피디들은 “예능은 포맷만 결정되면 출연진만 바꿔 지속가능한 경우 시즌제로 만들기 좋고, 드라마는 의학드라마, 장르드라마처럼 매회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작품이 시즌제로 만들기 좋다”고 한다.

이미지 원본보기0002355559_005_20170303094605013.JPG?type=w540<동네변호사 조들호>

실제로 시즌2를 만드는 절반 이상이 장르나 사회물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 조들호가 불합리한 사회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다. 시즌1 방영 당시 몸에 유해한 음료수가 아무렇지 않게 팔리는 현실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하청업체의 실상 등 여러 이야기가 차례로 소개됐다. 시즌제로 성공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작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해 영애의 결혼이라는 큰 설정을 두고 회사와 집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중심이 됐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는 남녀의 사랑이 결실을 보면 이야기는 종결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즌을 이어가기 힘들지만, 수년 전부터 장르물이나, 사회적 사건을 다루는 등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 위주의 드라마가 늘면서 다양한 이야기로 끌어갈 수 있는 소재가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 시즌제, 품질 향상 대안 될까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 티브이의 대안이 될까. 일단 피디들과 시청자는 반기는 분위기다. 지상파 출신의 한 케이블 피디도 “한 시즌을 짧게 제작하는 시즌제는 실패 때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케이블처럼 짧은 회차로 치고 빠지기가 가능해지면서 지상파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도 <무한도전>이 결방하는 사이 <권상우 정준하의 사십춘기>를 내보냈다. 

하나의 아이템을 오랫동안 끌어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비 기회도 된다.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는 결방 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달의 점검 기간과 두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박인석 피디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즌제는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더 많은 기획 기간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도 시즌1에서 했던 다양한 도전 과제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걸그룹 도전기’를 시즌2의 메인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반응에 따라 시즌제를 결정하는 식의 무분별한 시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즌제 작품을 시도한 적 있는 한 관계자는 “짧은 회차의 시즌제 프로그램이 늘면서 그 공백을 메우려다 보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한다”며 “시즌제는 기획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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