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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낙인' 곧장 팬들 응원까지 바라는 건 욕심…두산과 김유성, 각오한 일이다

조아라유 0
▲ 김유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조심스럽지만, 김유성(21, 두산 베어스)이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말이다. 두산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9순위로 지명한 우완 투수 김유성을 이제는 1군 무대에서 기용해 보려 한다. 두산은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주중 3연전을 치르면서 김유성과 동행을 선택했다. 지난 21일 김유성이 폭력 피해자 측과 합의한 지 나흘 만이다.

두산은 '학교폭력 논란'이라는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도 김유성을 상위 라운드에 지명했다. 계약금은 1억5000만원을 안겼다. 김유성은 학교폭력 논란에 앞서 2021년 NC 다이노스에 1차지명됐을 정도로 재능은 빼어난 선수였다. 키 190㎝, 몸무게 98㎏으로 체격 조건이 우수하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가 장점이었다.

NC는 당시 학교 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김유성의 지명 철회를 결정했고, 두산은 고려대에서 재기를 노리다 얼리드래프트를 신청한 김유성의 손을 다시 잡았다. 김유성은 피해자 측에 여전히 용서를 받지 못한 상태였고, NC가 학교 폭력을 이유로 포기했던 선수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껄끄러운 선수였다. 그래도 두산은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 재능을 선택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지명 당시 "고민은 많이 했다. 본인이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우리도 아직 깊게는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있다. 정확하게는 본인을 만나서 파악한 후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 단장이 예고한 대로 두산은 김유성과 함께 피해자 측에 용서를 구했다. 학교폭력 관련 징계는 이미 다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 측의 용서가 마지막 관문이었다. 김유성은 2017년 7월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닷새 출석정지 징계를 받고, 이듬해 1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졌다. 2020년 10월에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두산은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김유성을 돕고자 했고, 김유성은 피해자 측에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두산은 김유성이 피해자 측에 용서를 받지 않는 이상 1군 마운드에는 올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고 움직였다. 그렇게 두산은 지난해 9월 김유성을 지명하고 약 7개월 만에 피해자와 합의를 이뤘다.

피해자 측이 김유성을 용서하면서 요구한 사항은 딱 하나다. 지금처럼 반성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모범적인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것. 이 감독은 두산을 대표해 사실상 김유성의 앞길을 열어준 피해자 측에 반복해서 감사를 표했다.

피해자와 합의를 이뤘다 해도 김유성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까지 갑자기 고와질 수는 없다.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곧장 팬들의 응원을 바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무리가 있다. 두산과 김유성도 이런 반응을 몰랐을 리 없고, 어느 정도 각오도 했던 일이다. 여러 사례를 살펴봐도 학교폭력 낙인을 지우기는 절대 쉽지 않다.

두산은 일단 '피해자와 합의'라는 전제조건을 충족했으니 김유성이 1군 마운드에 설 기회를 열어주려 한다. 판단은 지켜보는 팬들의 몫이다.

이 감독은 "피해자 학생과 원만히 해결했고, 좋은 선수라면 이제는 써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유성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반성했기 때문에 야구를 해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심스럽지만, 김유성이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방치하면 그 선수의 앞날을 우리가 막을 수도 있으니까. 구위가 좋고 능력이 된다면 쓸 생각이다. 2군 보고는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김유성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3경기에 등판해 1승, 13이닝,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삼진 16개를 잡으면서 볼넷 9개를 내줬고, 피안타율은 0.133을 기록했다. 현재 2군에서 뛰는 투수 가운데는 구위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일단 김유성의 불펜 피칭을 직접 지켜보며 구위를 파악하고, 1군 등록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당장은 불펜에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콜업 1순위로 김유성을 생각하고 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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