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깎으려 버틴 '롯데'-고영태도 나온 'K재단', 3개월간 무슨일이?

소진세 사장·CSR팀 임원과 고영태씨 만나 협상
K재단, 3월 75억 요구-롯데, 5월 70억 기부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롯데그룹이 기부금을 깎기 위해 3개월간 버티다 어쩔수 없이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는 고영태씨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함께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가 사실상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재단이다.

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은 지난 3월 처음 롯데그룹에 찾아왔다. 이미 두 재단 설립 당시인 지난해 롯데케미칼(미르재단에 28억원)과 롯데면세점(K스포츠재단에 17억원) 등을 통해 45억원을 기부한 롯데그룹에 추가로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의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과 CSR팀 임원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 제안할 일이 있다"며 롯데에 면담을 요청하던 K스포츠재단의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이 3월17일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로 직접 찾아온 것이다.

K스포츠재단은 소 사장 등을 만나 "하남에 배드민턴·승마 등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기 위한 시설을 지으려는데 건축비용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75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롯데가 "너무 많다"는 입장을 보이자 70억원으로 낮춰 불렀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70억원 역시 부담스러워 절반인 35억원까지는 낼 수 있다고 금액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이같은 롯데의 요청은 무시한채 70억원을 고수했다. 특히 이후 이어진 실무진간 접촉 자리에는 고영태씨도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가 고씨를 보내 청와대의 의중이라는 점을 전달해 롯데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초 부탁받은 금액과 이를 줄이기 위해 협상한 것은 맞다"며 "협상 당시 청와대의 뜻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측은 결국 계열사들이 분담하는 형태로 70억원을 마련해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하지만 송금 약 열흘 만에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원을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돌려줬다.

대외적으로는 "부지확보가 어려워 사업 추진이 힘들어졌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최씨측이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돌려줬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최씨 등)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