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되는 드라마는 이렇게 되는구나. KBS ‘김과장’ 이야기다.
‘김과장’은 회가 진행되면서 돈키호테 같은 의인 김성룡(남궁민)의 원맨쇼가 돼가는 측면이 있다.
기업속 부정·비리·불합리와 싸우나가는 모습을 코믹한 스타일로 보여주며 남궁민의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가 됐다.
남궁민의 원맨쇼로는 중장기전에 돌입하기 어려운데, 이를 막아주는 결정적 인물이 이준호다. 냉혈한 악역인 서율 이사를 연기하는 준호는 촬영장에서는 주위 사람들과 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지한 악역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잔인한 방법 등 악행을 서슴치 않는 준호의 존재감이 커야, 준호의 앞길을 막아내는 남궁민의 활약이 주는 통쾌함이 커진다. 준호는 이 역할을 200% 해내고 있다.
8일 준호가 악역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방해하며 경쟁하는 조민영 상무(서정연)를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서늘한 카리스마가 각별히 돋보였다.
준호는 진지한 연기를 하면서도 가끔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커진다. 예컨대 남궁민에게 “정보 고자! 고 투 더 자”라고 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조민영 상무를 납치해놓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이런 것가요”라고 할 때 등이다.
준호는 단순 ‘양아치갑’은 아니다. 싸가지 없는 냉혈한이지만 윤 대리(남상미) 앞에만 서면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된다. “앞으로 윤 대리가 싫어하는 일을 많이 할 거다. 그냥 설 수 없는 걸음을 걷는구나 하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하는 준호는 개선 여지가 있는 악인임을 보여준다. 선천적인 악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괴물이 된 것이다.
준호는 이 처럼 다양한 캐릭터 스펙스럼을 보여주고 있다. 대사로 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룩거리는 입꼬리, 날카로운 눈빛 등 표정도 잘 살린다. 웬만한 모습은 다 소화해내다보니, 자신이 성폭행범,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튀는 사람)로 몰리는 상황의 연기도 능청맞게 잘해낸다.
‘김과장‘은 기업속 갑의 횡포에 놓인 을의 복수 또는 탈출을 이끌어내는 남궁민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8일 방송된 13회도 남궁민은 준호의 TQ리테일 대표 취임을 막고, 준호의 협박에 시달리는 TQ편의점 점장들을 구해내며 미션을 클리어했다.하지만 남궁민만 있는 게 아니다. 준호도 있다. 분량이 아쉽지만 실제 부장처럼 생긴 김원해(추 부장 역)도 있다. 특히 준호의 활약은 ‘김과장’이 지루해지거나 늘어지지 않게 하는 큰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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