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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도 울려퍼진 "박근혜는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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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뉴욕 맨해튼에서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위 열려

[오마이뉴스경소영 기자]

[뉴스 M = 경소영 기자] 금요일 저녁 6시가 넘어가니 어둑어둑해진 뉴욕 맨해튼 거리, 코리아타운에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동포들이 모였다. 200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난다. 한 손에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내각 총사퇴'가 쓰인 팻말을,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이날 동포들은 일제히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며 한 마음이 되었다.
 

 

▲  4일 저녁 6시반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약 200여 명의 한인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미주 동포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성난 민심에 동조하고 시위에 동참하고자 거리로 나오고 있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집회는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서 잇달아 열린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30만 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친 민중 궐기와 연대하려는 목적이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뉴욕 동포들'을 대표해 한 한인이 앞에 나와 선언문을 읽어내려가며 오늘 시위 목적을 밝혔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의 실정은 국정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백남기 농민을 살해하고 부검까지 하려고 했다. 노동법 개악으로 전 국민의 비정규직화를 꾀했다. 가계부채는 늘어나 재정 파탄에 이르렀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강행, 일본과의 굴욕적 위안부 합의 등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해왔다.

국민의 심판을 거부한 채 혼이 나간 박근혜는 국정을 운영할 능력도, 자격도 없는 무능한 대통령이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내각은 총 사퇴하라. 하수인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우리 재외동포는 이 순간부터 박근혜 퇴진과 조국의 민주화, 평화통일을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다."

시국 선언을 들은 한인들은 맨해튼이 떠나갈 것처럼 함성을 질렀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마음은 미주 동포들도 매한가지였다. 위기에 처한 고국을 멀리서 바라보는 동포들의 나라 사랑이 느껴진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연달아 구호를 외친 동포들은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뉴욕뉴저지 세사모 김대종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세사모 회원들과 지난 2년 반 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투쟁했다. '세월호 집회를 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특히 뉴욕 집회 전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조목조목 따져 분석했다. 

"세월호가 침몰되고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박근혜는 전 문체부 김종 차관을 시켜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불이익을 준 승마계 인사에 대한 비리를 취재하라고 했습니다. 그랬으면서 박근혜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할 수 있습니까. 

지난 2년 반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몇 번을 갔는지 아십니까. 자식이 억울하게 죽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달려갔지만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왜 말하지 못합니까. 

국가 안보를 위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됩니다. 동의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 동안 국정이 중단됐잖아요. 지금 당신이 물러나도 하나도 공백없습니다. 'step down!' 내려오십시오. 제가 지난 2년 반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습니다."

 

 

 

 

김대종 씨는 세월호 참사로 유가족이 흘렸던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통령이 흘린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말자고 호소했다. 진정한 사과가 아닌 개인 반성문 같은 대국민담화에 그는 매우 분노했다. 울어야 할 사람은 박근혜가 아닌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을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소개한 한 한인이 앞에 나왔다. 밝은 분위기를 위해 노래를 한 곡 하겠다며 나왔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어요. 뉴욕에 사는 많은 한인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렇게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가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부터 절망이었습니다. 아빠가 대통령이면 딸도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까?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계속 난리가 나고 있습니다. 세월호도 꺼내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7시간에 대한 해명도 못하고 있어요. 박근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석고대죄를 하고 이제 내려와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무궁무진한 새싹들이 많이 있습니다."

발언을 마친 그는 '아침이슬'을 부르며 집회에 참여한 모든 한인들의 합창을 이끌어냈다. 분노에 가득찬 한인들의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음 자유 발언자 이진화 씨는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했다. 박근혜 퇴진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이루어갈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이 중요하기에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되짚었다. 다시 한 번 집회의 궁극적인 목적을 되새겨본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즐겁게 투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모였습니다. 그런 세상이 되기 위해서 권력을 남용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대통령은 내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에선 박근혜, 최순실을 묶어서 여성 혐오적인 발언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이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지, 여성이기 때문에 모자라는 것이라고 욕하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박근혜 퇴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입니다. 박근혜 퇴진의 궁극적 이유를 정확하게 인지하며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진화 씨의 발언은 한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을 외치는 것보다는 그 이후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은 그 과정이고 수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다. 특히 코네티컷에서 두 시간 반을 달려 온 두 명의 유학생 임현수(예일대 로스쿨 2학년) 씨와 김기연(예일대 종교학대학원) 씨가 발언대에 섰다. 

"저는 중학생 때 한국을 떠났어요. 친구들은 저에게 한국을 떠난지 10년도 넘었으면서 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지 물어봐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제가 아끼는 가족, 친구들이 한국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사신 우리 할머니 같은 분들게 거짓말하면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분노가 일어납니다.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은 재능이 많고 똑똑하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매우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배웠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말이죠.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갖고 특혜를 받은 최순실 일가를 모두 다 알고 있었으면서 침묵한 박근혜를 보니, 우리의 노력 전체가 부정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는 두 학생, 이들의 발언을 듣고 모든 시위 참여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 아래 하나가 된 한인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끝으로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자리를 정리했다. 뉴욕에서 열리는 박근혜 퇴진 집회는 오는 11일(금) 오후 6시 30분 맨해튼 한인타운에서 이어진다.   

한편, 5일에는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도 한인 100여 명이 박근혜 퇴진과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집회가 열렸다. LA에서는 오는 11일 오후 6시 30분 총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평일에는 1인 시위를 펼친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위는 앞으로 미국 전역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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