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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별했던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

조아라유 0

[클래식 오브 V리그 ⑦] 1라운드 선수 전원 은퇴... 2, 3라운드에서는 4명 현역



LG 트윈스의 김현수, 박해민, 서건창, 한화 이글스의 채은성, 최재훈, 김인환, 롯데 자이언츠의 정훈, 지시완, 키움 히어로즈의 이지영, 김준완, kt 위즈의 조용호, 오윤석, NC 다이노스의 도태훈, 천재환. 

이들은 고교 또는 대학졸업 시절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선수로 KBO리그에 입단해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현역 선수들이다. 장종훈과 한용덕, 김상진(두산 베어스 2군 투수코치) 등 1990년대 활약했던 선수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야구에서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배구에서는 소위 '수련선수 신화'를 찾기가 힘들다. 지난 2004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수련선수로 입단했던 미들블로커 전민정은 V리그 출범 후 주전으로 활약하며 첫 번째 성공신화를 쓰는 듯 했다. 하지만 전민정은 2011-2012 시즌 승부조작사건에 연루되면서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했다. 현재는 KGC인삼공사의 김채나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박민지 정도만 수련선수 출신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배구의 경우 신체조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신체조건이 좋은 유망주들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 3라운드의 낮은 순번에 지명됐다고 해서 모두 들러리만 서다가 초라하게 프로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열렸던 지난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하고도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

장기간 생존 어려운 하위 지명 선수들


 

▲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은 대표팀에서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원년의 황연주부터 2018-2019 시즌의 정지윤(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까지 V리그에서는 출범 후 15시즌 연속으로 1라운드 출신 선수가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 중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왕이 절반이 넘는 8명이었고 전체 5순위였던 김채연(흥국생명)이 역대 가장 낮은 순위로 선정된 신인왕이었다. 사실 매 시즌 각 구단에서 주목 받는 유망주들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신인왕이 배출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2019-2020 시즌부터 2022-2023 시즌까지 최근 네 시즌 동안에는 세 번이나 2라운드 출신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2019-2020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박현주는 강한 서브를 앞세워 역대 최초로 '2라운드 신인왕'에 등극했고 2021-2022 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유교세터' 이윤정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2022-2023 시즌에는 인삼공사의 최효서 리베로가 리베로 포지션으로는 최초로 신인왕에 올랐다.

박현주,이윤정,최효서의 신인왕 수상으로 하위라운드 지명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하위 지명 선수들 중 V리그에서 족적을 남긴 선수는 많지 않았다. 2007-2008 시즌 2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백목화(대구시청)가 인삼공사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했고 2라운드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됐던 미들블로커 이보람,흥국생명이 3라운드 5순위로 선택했던 우주리 세터 정도가 그나마 성공한 하위지명 선수였다.

염혜선(인삼공사)과 황민경(기업은행)을 배출한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2라운드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아웃사이드히터 주예나가 수 년 간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주예나는 지난 2014년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부임 후 이재영과 신연경(기업은행) 등 후배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며 입지가 좁아졌고 리베로 변신 역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김희진과 표승주(이상 기업은행),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배출한 2010-2011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김주하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프로생활 초반엔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다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1차 은퇴를 했던 김주하는 2020년 현대건설로 복귀해 리베로로 세 시즌을 더 활약했다. 하지만 김주하는 어깨와 손목 등의 부상으로 인해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은퇴를 결정했다.

문정원-김연견-김미연, 같은 해 하위 지명 출신


 

▲  김연견이 전체 17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될 때만 해도 그녀가 3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로 성장할 거라 예상한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 한국배구연맹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대어가 많았던 2010-2011 시즌에 비해 인재가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1라운드 지명 선수 중 2명이 실력 외적인 이유(금지약물, 무단이탈)로 불명예스럽게 V리그를 떠나는 등 당시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은 현재 모두 프로무대를 떠났다. 그렇게 비운의 드래프트로 남는 듯 했던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2라운드 이후 지명된 선수들이 대거 V리그에 생존하면서 새로운 반전을 맞게 됐다.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2라운드 4순위 출신의 문정원(도로공사)이다. 174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은 공격수로는 작은 신장과 평범한 운동능력으로 한계가 뚜렷했지만 본인의 장점인 서브와 수비를 극대화하며 도로공사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문정원은 2022-2023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 56.94%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임명옥 리베로와 함께 도로공사의 수비를 책임졌다.

2022-2023 시즌 디그 1위(세트당 5.65개)를 차지한 현대건설의 김연견 리베로 역시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5순위 출신이다. 김연견 리베로가 입단할 당시 현대건설은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자리를 경쟁을 했을 만큼 안정감이 떨어졌고 김연견은 프로 2년 차 시즌부터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다. 김연견 리베로는 2023-2024 시즌 3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현대건설의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배구여제' 김연경 대신 흥국생명의 주장을 맡고 있는 김미연도 2011-2012 시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3순위 출신이다. 도로공사에서 데뷔해 기업은행을 거쳐 2018년부터 흥국생명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미연은 강약을 조절하는 까다로운 서브와 간결한 공격을 앞세워 프로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 13년 차가 된 김미연은 비슷한 스타일의 하위라운드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후배들의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 밖에 2라운드 1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던 유희옥은 실업배구에서 활약하다가 다시 V리그에 문을 두드려 프로 입성에 성공한 케이스다. 2라운드 3순위 출신 정시영(현대건설)도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 꾸준히 프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모두 프로무대를 떠난 가운데 2라운드 이후 지명 선수 중 4명이나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배구 팬들에게 매우 특별했던 드래프트로 기억되고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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