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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수석실, 문화계 ‘적군리스트’ 만들어 특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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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블랙리스트 이어…정부 비판적 인사 ‘진보·보수 불문’

박 대통령 ‘승인’ 김기춘 ‘총괄’ 조윤선 ‘실무’ 드러나 




진보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사들까지 문화정책 예산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작성된 ‘리스트’ 의혹의 꼭짓점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는 정황을 특검팀이 확보함에 따라 공적인 권력을 입맛에 맞게 사유화한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김 전 실장이 ‘리스트’ 실행을 총괄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쥐락펴락했으며, 조윤선(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건 작성의 실무를 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8일 특검팀과 문체부 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화예술계 리스트엔 진보성향 인사들을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 외에 별도로 ‘적군 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적군 리스트’는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이 총괄지휘한 이런 리스트 운용 과정을 전반적으로 보고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른바 ‘적군 리스트’에서 여당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을 적대시하거나 박 정부의 정책에 딴지를 건 흔적이 있다는 사유로 지원 배제 명단에 오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지원 대상 명단에서 들어냈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이념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보수성향의 인사와 단체 중에서도,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대상들만 선별해 문화정책 예산을 지원했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특히 특검팀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사실상 ‘내 편, 네 편’으로 편을 갈라 박 대통령 개인에게 비우호적인 문화예술계 세력까지도 별도로 관리한 것은 당파적 이익을 챙기려고 정부 예산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4대 국정지표로 삼아 주요 정책 집행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 등은 단지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 예산 집행 대상에서 아예 제외함으로써 당파적 유불리에 따라 국민 세금을 차별화해 공급한 것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할 때 적용된다. 정부 업무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진보성향 인사와 단체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도록 했다면 직권남용의 범죄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적군 리스트’ 작성·실행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란 정황은 그동안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등 문체부 관계자 등의 주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감지가 됐다. 특검팀과 문체부 쪽 말을 종합하면, 2013년 8월 김 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지시가 문체부 쪽에 구두로 내려오자 당시 유진룡 장관이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개선을 요구했고 몇달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가 급변해 두달 뒤인 6월 정식으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이 문건화돼 문체부로 내려왔다고 한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 2일 <한겨레>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2014년 7월) 면직되기 며칠 전 박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김기춘 실장이 주도하고 있는 문화계의 색깔 입히기와 핍박 조처의 문제점을 명백히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고, 그에 대해 대통령이 묵묵부답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 정부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절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검팀은 애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체 수사의 곁가지로 보고 접근했으나, 문체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각종 문건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이 의혹의 ‘각본’ 및 ‘연출’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박 대통령과 대기업 사이 뇌물죄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다 뜻밖의 ‘수확’을 거둔 셈이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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