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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시작은 ‘세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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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참사 다음달부터 논의” 진술 토대, 김기춘·조윤선 곧 소환
ㆍ특검 ‘세월호 반정부 여론 차단 목적’으로 잠정 결론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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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17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실내체육관 단상에 올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자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이틀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면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고함과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 주변을 세겹 네겹으로 에워싸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가 만든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옥죄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작업이 세월호 참사 이후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2014년 5월 블랙리스트 작성 논의가 시작됐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의 진술과 정황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작업이 1차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세월호 활동과 행사를 억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일부터 겨냥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51)의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시절(2014년 6월~2015년 5월) 정무수석실이 국가정보원장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문체부가 이후 우수도서를 선정·보급하는 ‘세종도서 선정 심사’에 세월호 관련 서적을 일제히 배제한 것도 블랙리스트와 관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문제도서가 선정되지 않도록 세종도서 선정 기준이 바뀌었다는 문체부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세종도서는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학자·출판평론가 등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3단계 평가를 거쳐 선정한다. 출판계 핵심 관계자는 “2015년 세종도서 추천 작품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만든 문학 서적이 최종 심사단계에서 제외됐다”면서 “심사위원들이 ‘이 책은 꼭 넣어야 한다’며 선정에 합의한 도서가 특별한 이유 없이 최종 배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 해당 도서 선정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르면 이번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 조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를 위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70·2014년 7월~2015년 2월 재임)의 자택을 지난 2일 압수수색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57),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했다.

<유희곤·박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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