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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NOW] 중국 무명 선수에서 한국 탁구 자랑으로…"올림픽도 유빈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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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결승전이 끝나고 세리머니하는 신유빈과 전지희. ⓒ연합뉴스
▲ 엄지를 치켜세우는 신유빈과 전지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김건일 기자] 역대 아시안게임에 걸려 있던 금메달은 110개. 이 가운데 72개를 중국이 휩쓸었다. 올림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탁구 종목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이래로 금메달 37개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무려 32개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탁구는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이 힘든'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다. 중국 탁구계는 등록 선수만 3000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린다. '중국 탁구 국가대표 선발전 1등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 비유하자면 반에서 1등이지만 전교 1등은 할 수 없는 상황. 중국 내 일부 선수는 바늘구멍을 뚫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국적을 취득해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 우승한 전지희와 신유빈 ⓒ연합뉴스
 



2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신유빈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전지희도 그중 한 명이었다.

1992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난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냈을 만큼 촉망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중국 국가대표'라는 바늘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국가대표 상비 2군으로 밀려나면서 '중국 국가대표'라는 목표가 점점 멀어졌다.

이때 김형석 감독이 전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포스코에너지 여자 탁구단 창단을 앞두고 선수를 물색하던 김 감독은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밀려나 있던 전지희를 눈여겨본 뒤 한국으로 귀화를 제안했다. 전지희는 귀화를 결심하고 2008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채로 기자회견에 나선 전지희는 "(금메달을 따고 기자회견이) 처음이라 긴장된다"며 "14년 동안 한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솔직히 중국에서 수준이 떨어져서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갔다. (한국이) 다시 탁구 선수로 인생을 펼칠 기회를 줬다. 제2의 출발이다"고 돌아봤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전지희가 태극 마크를 다는 과정은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 못지않게 쉽지 않았다. 전지희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하기 위해선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했다. 전지희는 아버지의 친구인 재중 한인 동포의 양녀로 입적했고 2년 동안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익힌 끝에 2011년 일반 귀화 시험을 통과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귀화 선수 규정에 따라 귀화 후 3년간 국가 대항전에 출전할 수 없었던 전지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처음으로 한국 국가대표로 나섰다. 김민석과 혼합 복식을 이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 ⓒ연합뉴스
 



전지희가 신유빈과 호흡을 맞춘 것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었다. 당시 단체전에 출전한 둘은 8강에서 독일에 2-3으로 역전패한 뒤 함께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후 실업 탁구로 돌아와 여자 단식에서 자웅을 겨뤘던 전지희와 신유빈은 2021년 팀을 이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1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종목 출전했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 역사상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우승은 2000년 도하 대회 이은실-석은미 조 이후 21년 만이었다.

신유빈이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온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장을 내민 둘은 준결승전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쑨잉사-왕만위 조를 꺾고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승에서 중국의 왕이디-천명 조를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으나 이 대회 여자 복식에서 결승 진출은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조 이후 36년 만이었다.


 

▲ 기뻐하는 전지희와 신유빈 ⓒ연합뉴스
▲ 신유빈을 위로하는 전지희 ⓒ연합뉴스
 
 



찰떡궁합 호흡을 자랑하며 여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타이틀까지 차지한 전지희와 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에선 숱한 고비를 넘기며 토너먼트를 통과했고 4강에서 일본, 결승에서 북한을 잡고 끝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한국 탁구 여자 복식 역사상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우승한 이은실-석은미 이후 21년 만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같다.

여자 복식 8강전이 끝난 뒤 "눈물은 말랐다"고 자신했던 신유빈은 전지희의 품에 안겨 흐느꼈고, 전지희도 신유빈을 위로하며 눈물을 보였다.

신유빈은 "사실 MBTI가 'F'라서 한 명 울면 같이 따라 우는 스타일이다. 그 전에 부상도 있었고 언니랑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겪어내고 이겨내고 금메달을 땄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고, 전지희는 "한두 명 울기 시작하면 같이 했던 과정들이 생각나면서 많이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전지희는 신유빈에게 "복식은 파트너가 없으면 (메달을) 못 따는 종목이다. 결승은 누가 붙더라도 쉽지 않다. 같이 이겨내 줘서 너무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얻은 전지희와 신유빈 조의 다음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다. 한국 탁구 역사상 올림픽 금메달은 단 세 개. 여자 복식에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현정화 양영자 조가 마지막이다. 이후 4개 대회를 중국이 독식했다.

전지희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에 대한 말이 나오자 "유빈이가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많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전 좀 더 랭킹을 올려야 하고, 안 떨어지게 부상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진짜 유빈이랑 같이 한 번 더 나가고 싶고 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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