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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언급한 정유라,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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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측이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정씨의 변호인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는 14일(현지시간) 정씨를 면회하러 가는 길에 로이터통신 기자와 만나 "덴마크 법원이 끝내 정씨를 송환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치적 망명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링켄베르는 "사실 처음에는 망명을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기자)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지 않느냐"면서 "정유라 송환을 요구한 특별검사는 야당이 주도해 임명됐다. 정유라는 명백하게 어머니(최순실)와 관련돼 있고, 어머니는 (탄핵당한)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 따라서 정유라가 송환될 경우 아주 커다란 반감에 직면하게 되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블링켄베르는 송환될 경우 정씨 맞닥뜨릴 안전 문제와 함께 '최씨의 입을 여는 지렛대'로 이용될 우려를 망명을 검토하는 두 번째 사유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수사기관이 사실은 정씨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그들은 정씨를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학사 비리 등에 연루된 정씨는 지난 1월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특검의 송환 요구에 따라 덴마크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심사를 받고 있다. 덴마크 법원의 송환 결정은 22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 측은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 다시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망명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블링켄베르는 "정씨가 아들과 재회할 수 있는지 당국과 논의 중"이라며 "정씨가 가장 견디기 어려워 하는 것은 아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현재 덴마크 구치소 70일 넘게 수감돼 있다.

변호인이 정씨의 망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법원에서 송환 결정을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환을 지연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거라고 밝힌 셈이다. 정씨 변호인은 덴마크 법원이 정씨를 4주 더 구금하도록 결정한 지난달 22일에도 한국 기자들과 만나 끝내 송환이 결정되면 송환 거부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정씨는 송환이 결정되면 이론상으로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세 차례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하려면 사전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이를 통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송을 통한 지연 전략은 고등법원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변호인은 그 이후의 계획을 언급한 것이다.

정씨가 덴마크에 망명을 신청해도 덴마크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치적 망명이 받아들여지려면 정씨가 '정치범'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씨에게는 반정부 활동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의 탄압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한국이 정치적 탄압을 일삼는 국가라는 전제가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특검은 유효기간이 6년6개월인 정씨 체포영장 확보해놓았다. 2023년 8월까지 정씨를 체포하거나 송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정씨가 한국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된 기간은 형기에 반영되지 않는다.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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