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채태인(34)이 맞이한 올 가을은 남다르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새 둥지에서 맞는 첫해의 끝자락일뿐더러 그간 치러왔던 가을야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 유턴파’ 채태인은 2007년 삼성 입단 후 숱한 포스트시즌 경기를 경험했다. 특히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함께 하며 한국시리즈 파트너를 느긋하게 기다려왔다. 남들이 치열하게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를 때 여유를 갖고 가을야구를 준비했던 경험이 그로선 익숙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이전과는 입장이 다르다. 넥센이 3위를 하며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기 때문. 채태인 역시 16일 잠실 준PO 3차전을 앞두고 “5년 동안 기다리기만 하다가 아래부터 시작해야하니 느낌이 다르다”며 바뀐 입장을 실감하는 눈치였다.
미국 경험(보스턴)을 합치면 15년차 경력의 채태인도 포스트시즌은 여전히 긴장되는 무대다.
그는 “LG와 첫 경기를 치를 때는 긴장되긴 했다. 그래도 그 이후부턴 페이스를 찾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가을야구에선 채태인과 같은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본인뿐만 아니라 후배들까지 챙겨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베테랑의 주요 임무다. 그가 속한 넥센 역시 마찬가지. 올 시즌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하며 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는 큰 무대 경험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채태인은 “어차피 포스트시즌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자기의 몫이니까 다른 눈치 보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쌀쌀맞은 듯한 모습 뒤에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함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투혼도 발휘하고 있다. 채태인은 준PO 3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장염이 걸려 응급실 신세를 졌다. 그러나 그는 통증을 견디고 16일 잠실로 향했다. 비록 선발 라인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7회말 대수비로 나온 뒤 9회 안타까지 날리며 투혼 깃든 모습까지 선보였다.
잠실 | 고봉준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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