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직권남용·강요 혐의만 적용 / 유죄 인정 땐 중형 선고 불가피
“특검 수사 결과를 상당히 고려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27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가 삼성그룹에서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433억원은 뇌물에 해당한다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적용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특검에 이어 검찰도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용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부분에 뇌물보다 형량이 가벼운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짜고 대기업들을 겁박해 774억원을 강제로 모금했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 결과대로라면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들은 모두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특검은 검찰 수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출연한 774억원 전부가 뇌물이라는 전제 아래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한 삼성 수사에 그야말로 ‘올인’했다.
결국 특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달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바라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총 433억원을 건넸거나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 특검은 삼성 수사 결과를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로 확장해 이들 기업 총수도 뇌물공여죄로 입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지난달 28일 종료되면서 무위에 그쳤다. 당시 박 특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과 마찬가지”라며 “특검이 길을 잘 닦아 놓았으니 검찰은 그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수사 결과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검이 짜놓은 ‘뇌물죄 프레임’을 검찰이 거의 다 받아들인 것에 대해 정작 특검은 말을 아꼈다. 특검팀 관계자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수사가 종결되고 공소유지를 하는 상황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을 삼갔다. 수사 종료 후 특검팀은 사무실을 서울 대치동에서 서초동으로 옮겨 공소유지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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