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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평가절하는 없다…깐깐하던 fWAR마저 김하성을 영접했다

조아라유 0

[OSEN=백종인 객원기자] 1회 첫 타석이다. 카운트는 2-1로 타자 편이다. 4구째는 어쩔 수 없다. 투수는 존 안으로 넣어야 한다. 가운데서 약간 먼 쪽, 높이도 어중간하다. 스피드는 92.8마일(149.3㎞)이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96~97마일에도 입맛 다시는 요즘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간결한, 그러나 매서운 스윙이 출발한다. 완벽한 타이밍이다. 공 깨지는 파열음이 펫코 파크를 울린다. 출구 속도 100.5마일, 발사 각도 25도의 날렵한 곡선이다. 타구는 순식간에 담장 너머로 사라진다. 1회 리드 오프 홈런이다. (한국시간 25일, 샌디에이고-피츠버그전)

친한 형이 구경 온 날이다. 이럴 때는 하나로 못 끝낸다. 5회에 샷 추가가 있다. 이번에는 0-2로 불리한 카운트다. 밖으로 빼라는 유인구 사인이다. 83.8마일(134.8㎞)짜리 슬라이더다. 하지만 가운데로 몰린다. 어딜 감히. 참교육의 현장이다. 신인 투수(퀸 프리스트)는 눈을 질끈 감는다. 이날만 두 번째 피홈런이다.



 



난데없는 씬 스틸러가 나타났다. 관중석 사복 차림이다. 날아온 파울볼을 한 손으로 잡아낸다. 심상치 않은 맨손 캐치다. 중계 카메라가 단독 샷을 잡는다. 캐스터가 단번에 알아본다. “대단한 팬이네요. 야구 선수 같아 보이죠? 피츠버그에서 뛰었던 강정호예요. ㅎㅎㅎ”

하긴. 모를 리 없다. 경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유난히 예전 동료들이 많다. 해적들과 친해 보인다. 선장(앤드류 매커친)과도 다정한 모습이다. 물론 진짜 절친은 따로 있다. 홈 팀 1번 타자다. 9년 전 서울 목동에서부터 형, 동생 사이다.

그러나 카메오는 카메오일 뿐이다. 주연을 가릴 수는 없다. 이날 홈 팀의 스타는 ‘목동 동생’이다. 멀티 포를 터트리며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미국 진출 후 처음이다. 시즌 14호에 도달했다. 20-20도 시야에 들어온다(현재 도루 18개).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게는 낯선 곳이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0.270(318타수 86안타) 14홈런 37타점, OPS가 0.810이다. 7월 들어 폭발하고 있다. 5홈런을 터트렸다. 월간 타격이 70타수 22안타, 타율 0.314, 타점 11개, OPS는 0.993을 기록 중이다.



 



사실 그동안 평가에는 엇갈림이 있었다. 현지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팬들 사이에도 간혹 이론이 제기됐다. 왜곡 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다. 그들의 논리적 근거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의 편차다.

WAR은 개인의 포괄적인 능력치를 나타낸다. 다만 산정 방식이 복잡, 다양하다. 때문에 매체에 따라 차이도 있다. 신뢰도에 대한 회의론이 생기는 이유다. MLB를 얘기할 때는 두 통계 사이트의 값이 주로 인용된다. 팬그래프스 닷컴(fWAR)과 베이스볼 레퍼런스(bWAR)다.

‘목동 동생’의 경우는 bWAR이 후한 점수를 준다. 이미 4월부터 발군의 수치를 나타냈다. 당시만 해도 잰더 보가츠(1.3)가 괜찮을 때다. 그럼에도 어썸 킴(1.4)이 기여도에서 앞선다고 제시했다. 수비 지표 덕이다.

그러나 fWAR은 달랐다. 좀 더 보수적이다. bWAR의 절반인 0.7로 평가했다. 그리고 엄격한 팬들은 이 수치가 더 현실적이라고 받아들였다. bWAR이 DRS(Defensive Run Saved)를 과하게 대입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간극은 한동안 유지됐다. bWAR이 김하성을 랭킹 최상위권에 올린 반면, fWAR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분류했다. 따지자면 중상위권 정도의 레벨이라는 식이다. 일부 팬들이 “(김하성 띄우기) 적당히들 하시라”며 신중했던 이유다.

하지만 7월 타격감 덕에 달라졌다. 양쪽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fWAR이 올라가며 bWAR과 비슷한 평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멀티 포가 터진 날이다. 25일(한국시간) 집계 결과다.



 



김하성의 fWAR이 3.6을 찍었다. 팀 내 최고치다. 후안 소토(3.5)와 페타주(3.5)를 앞서기 시작했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꿇릴 게 없다. 톱 10안에 들어간다. ML 9위다. 내셔널리그만 따지면 5위로 올라간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오타니 쇼헤이 같은 톱스타들과 리더 보드에 이름을 나란히 한다.



 



베이스볼레퍼런스(bWAR) 쪽은 따질 것도 없다. 두말하면 숨만 가쁘다.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아쿠냐 Jr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무려 5.1로 숫자는 같다. 보이지 않는 소수점 아래서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그 아래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코빈 캐럴 같은 이름들이다.

(투수를 제외한) 야수 집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비 부문 기여도(2.1)는 이미 4월부터 줄곧 1위다. 공격 부문(3.3)도 어느 틈에 8위까지 올라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런 얘기다.

그동안은 수비 이미지가 강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내야수.’ 그런 수식이 붙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만만치 않은 타자’가 됐다. 발도 빠르고, 한방을 갖췄다. 타석에서는 끈질기게 버틴다. 그리고 밥상도 잘 차리는 리드 오프다.

세계 최고의 리그다. 그만큼 고차원이다. 복잡하고, 섬세하다. 이겨야 할 것은 뜨거운 패스트볼만이 아니다. 현란한 커터, 스위퍼만이 아니다. 난해한 통계, 낯선 개념과도 싸워야 한다. 깐깐한 평가에도 맞서야 한다. 3년차 ‘목동 동생’이 차곡차곡 밟고 있는 길이다.

 

기사제공 OSEN

백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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