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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익의 휴먼볼] 한화, 도미니칸 배터리 ‘플라타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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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호흡을 자랑한 오간도와 로사리오(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알렉시 오간도·윌린 로사리오 도미니칸 배터리, 한화 4연승 합작. '플라타노 파워'로 찰진호흡 자랑. 이구동성 “기쁜 하루. 다시 기회 얻고 싶다."
 
“정말 영광이었고, 기쁜 하루였다.”
 
5월 31일.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엔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가 ‘용감한 키스케야인’이 흘러나왔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는 인구 1076만명(2017년 기준 1076만 6564명)이 사는 작은 나라다.
 
바로 이날은 이 도미니카 출신 한화 외국인 선수 3명(윌린 로사리오·카를로스 비야누에바·알렉시 오간도)과 도미니카인을 위한 ‘도미니카 공화국 데이’였다. 
 
한화는 ‘도미니칸 트리오’를 응원하는 동시에 이들이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특별한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도미니카 출신 대학생 20명을 야구장에 초대했다. 로사리오의 아들이 시구를, 오간도의 사촌 동생이 시타를 했다. 그리고 로사리오가 시포자로 앉았다. 대전 관중 역시 힘찬 박수로 이들을 맞아줬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서 로사리오는 포수 장비를 벗지 않고 그대로 배터박스에 남았다. 마운드엔 오간도가 섰다. KBO리그 최초의 도미니칸 배터리가 탄생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화 4연승 견인한 ‘도미니칸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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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칸 배터리(사진=한화, 엠스플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또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도미니칸 배터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화는 5월 3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서 3-1로 승리, 4연승에 성공했다. 4연승은 한화의 올 시즌 최다 연승 기록.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서 빠르게 팀을 정비하고 있는 한화다.
 
바로 이 승리를 견인한 이들이 ‘도미니칸 배터리’였다. 오간도는 로사리오와 호흡을 맞춰 시즌 5승(4패)째를 거뒀다. 성적은 6이닝 4피안타 4볼넷 4피안타 1실점이었다. 로사리오는 선발 포수로 나와 오간도의 호투를 견인했고 공격에선 볼넷 1개를 골라 1득점을 올렸다.
 
KBO 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같은 국적의 선수가 배터리를 이룬 건 2번째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투수 앤디 밴헤켄과 포수 비니 로티노가 7차례 배터리를 이뤘다. 이 두 사람은 미국 국적이다.
 
도미니칸으론 첫 호흡을 맞춘 날이었는데 결과까지 좋았다. 거기다 고국의 많은 이들이 응원하는 앞이었기에 두 사람도 더 힘을 냈다.
 
오간도는 최근 2경기서 연속 4실점씩을 했던 불안감이 없었다. 볼넷과 안타를 4개씩 허용했지만 위기를 잘 넘겼다. 
 
원래 우려가 컸던 쪽은 로사리오였다. 로사리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19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이날 전까지 한국에선 2016년 총 3차례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이 전부다. 선발은 그 가운데 1번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로 제대로 출전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로사리오는 안정감 있는 포구와 뛰어난 프레이밍 실력을 뽐냈다. 블로킹도 수준급이었다. 무엇보다 오간도와 호흡이 좋았다. 5회와 6회 오간도가 위기를 맞자 마운드에 올라가 그를 다독이고, 배터박스 안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건넸다. 고국의 스페인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 아무런 장애는 없었다.
 
오간도·로사리오 이구동성 “내겐 특별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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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경기 종료 후 만난 두 사람의 표정도 매우 밝았다. 
 
로사리오는 “매우 피곤하다”며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로사리오는 “팀이 이겨서 기쁘다”라고 활짝 웃으며 “포수로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투수 로케이션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라고 했다.
 
특히 오간도의 장점인 빠른 볼을 살리며 변화구도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도운 로사리오다. 
 
“오간도가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리드했다. 빠른 슬라이더를 비롯한 변화구 역시 마찬가지로 더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나 역시 집중했었다.” 로사리오의 말대로, 이날 오간도는 편안한 표정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적극 구사했다.
 
사실 로사리오도 많이 긴장했다. 
 
“다 좋았지만 1회엔 제대로 포수를 본 지 3년이 넘어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간도와 힘을 모아 1회를 잘 마친 이후엔 긴장이 풀렸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간도의 생각은 어떨까. 
    
오간도는 “팀과 내가 원하는 승리를 얻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은 하루”라고 환한 미소를 지은 이후 “특별한 날이기에 공을 던질 때마다 더 집중했다. 내겐 정말 ‘영광’이고 의미가 큰 하루였다”라고 했다. 
 
가족과 도미니카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친구와 함께 합작한 승리라 더 기뻤다. 인터뷰 내내 미소가 끊이질 않았던 오간도였다.
 
오간도가 생각하는 ‘도미니칸 배터리’의 최대 장점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로사리오가 상황에 맞게 리드를 잘 해줬고 볼 배합도 좋았다. 또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스페인어로 그냥 소리도 쳤다.” 경기 도중 스페인어를 쓴 순간을 말하며 오간도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순간에 크게 고무된 오간도였다.
 
플라타노 파워! 도미니칸 배터리 또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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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특별 제작한 도미니카 트리오 기념 티셔츠(사진=한화)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을까. 
 
로사리오는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팀에 차일목, 박상언 등 좋은 국내 포수가 많기에 그들을 더 신뢰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라고 했다. ‘더 많은 포수 기회’를 희망했지만,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오간도는 더 적극적으로 ‘도미니칸 배터리’를 희망했다.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로사리오와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 솔직한 속내를 전한 오간도의 말이다.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도 둘의 호흡을 긍정적으로 봤다. 경기 종료 후 “오간도와 로사리오의 좋은 호흡이 오늘 승리의 최대 요인”이라고 둘의 활약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물론 걸림돌은 있다. 팀워크다. 고정된 체제를 흔들 우려가 있다. 국내 선수들의 박탈감이나 위화감 발생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전 이상군 대행 역시 이런 우려를 전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봤다. 가장 먼저 팀워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가 생겼을 경우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대행의 솔직한 얘기다.
 
자칫 이런 결정은 오간도가 국내포수들에게 ‘믿음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5월 31일까지 한화의 1군 엔트리엔 차일목과 박상언 2명의 포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팬과 관중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1000명의 관중들은 ‘플라타노 파워, 도미니칸 트리오’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오간도와 로사리오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티셔츠는 한화가 특별 주문 제작해 관중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에 자문을 구해 만들었다.
 
남미를 대표하는 음식인 ‘플라타노’를 상징적으로 사용해 도미니카 트리오(로사리오, 오간도, 비야누에바)의 얼굴을 새겨넣었다.
 
한화 관계자는 “플라타노는 간단히 말해 초록색 바나나로 한국의 시금치처럼 대표적인 건강 음식으로 꼽힌다.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에서 ‘플라타노를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라며 “플라타노는 구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바나나를 관중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플라타노는 간단히 말해 남미의 바나나 종류다. 바나나가 껍질만 벗겨 그냥 먹거나 간단한 조리 정도만 해서 먹는 것과 비교하면 플라타노는 요리 방법도 다양하다. 튀기거나 다른 음식과도 곁들여 먹는 남미 지역의 주식 가운데 하나다.  
 
도미니칸 배터리가 마치 한국인이 김치나 시금치를 떠올리듯이, 플라타노를 연상하며 더 힘을 내길 바란 한화의 세심한 배려였다. 
 
‘플라타노 파워’ 도미니칸 배터리는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팬들의 기대도 더 커진 하루였다.
 
김원익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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