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현병 등 5026명 범죄
-절도ㆍ폭력ㆍ방화 등 큰폭 상승
-“낙인없는 치료ㆍ예방책 찾아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8세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ㆍ유기한 사건의 피의자 A(17) 양이 수년간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린 가운데, 최근 5년간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죄가 6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실효성있는 치료, 범죄 예방대책을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B(8) 양을 유인한 뒤 근처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ㆍ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A 양은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지만 질환이 악화돼 지난해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해엔 부적응을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했지만 입원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10대 소녀 A양.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찰청 통계상으로도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죄는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이상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수는 5026명으로 나타났다. 정신박약 및 기타 정신장애를 모두 포함한 이 수치는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400명에서 2013년 3979명, 2014년 4281명, 2015년 4642명, 2016년 5026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큰 폭으로 증가한 부문은 절도, 폭력, 방화 등이다. 절도의 경우 2012년 1250명이던 정신이상 범죄자의 수는 2016년 2145명으로 71.6% 늘었다. 폭력도 2012년 1649명에서 2016년 2627명으로 59.3%, 방화 역시 2012년 86건에서 2016년 134건으로 55.8%나 증가했다.
살인과 강도도 늘었다. 살인은 2012년 65명에서 지난해 73명으로, 강도 범죄자는 2012년 45명, 2013년 32명, 2014년 42명, 2015년 36명으로 소폭 감소하다 지난해 47명으로 다시 5년전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잠정 집계에선 제외됐지만 강간ㆍ강제추행 등 정신이상 상태 성범죄자의 수 역시 2012년 305명, 2013년 407명, 2014년 423명, 2015년 450명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엔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중형을 받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의 상태를 자세히 볼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면이 충분히 발견될 경우가 많고 비난 여론 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도 많기 때문”이라며 “과거엔 정신병으로 살인을 해도 대체로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최근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상실을 주장하는 등의 풍조 때문에 중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사건들로 인해 정신이상자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시각만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이란 특정 진단명이 진단서에 기재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범죄의 주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런 일로 인해 마음의 병과 싸우며 사회 일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중인 조현병 환자들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조기 치료를 통해 이 같은 범죄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학령기엔 부모들이 정신과 치료 기록이 생기면 좋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제때 검진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모들이 정신병의 경우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최대한 빨리 진단을 받고 적절히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을 완화ㆍ치료하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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