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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엄동설한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니콜라와 계약 해지의 숨은 얘기들

조아라유 0

1라운드 MVP는 왜 급추락했을까.숨은 이유와 우산 효과. 그리고 쉽지 않은 이별 과정

 

 



V-리그 남자부 2라운드의 가장 큰 화제는 KB손해보험과 니콜라의 끝없는 추락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직전까지 갔던 팀은 라운드 전패를 당했다. 주포 역할을 하지 못한 외국인 선수와 흔들린 리시브(6위, 32.08% 효율), 20점 이후 낮아진 결정력, 약한 서브(6위, 세트 평균 1.125개)와 연속 득점을 막는 다양한 범실(1위, 319개), 한쪽이 잘해도 다른 곳에서 부진해서 공격의 균형이 맞지 않는 현상 등이 쌓인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왔다. 12월 9일 2라운드 마지막 상대 우리카드에게 먼저 첫 세트를 따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속절없는 8연패를 기록했다.

팀이 1라운드 3연승을 달릴 때 니콜라는 58%~62.69%~77.76%의 엄청난 공격 성공률을 자랑했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워낙 파워가 좋아 상대 블로킹만 통과하면 무조건 득점”이라고 연신 칭찬했다. 뽀빠이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상체에서 때려내는 강타는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V리그의 현미경 배구는 니콜라를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먼저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맞춤 블로킹으로 니콜라의 공격을 네트 앞에서 1차 차단하고 스파이크가 주로 꽂히는 지점에는 수비수를 배치했다.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11월 9일 1라운드 맞대결에서 니콜라는 20득점, 42.22%의 공격 성공률에 그쳤다.



 



그날 이후 상대 팀들의 니콜라 대응 방법은 비슷했다. 미리 수비수들이 니콜라의 스파이크가 향하는 자리에서 길목을 지켰다. 이를 깨트리려면 공격 루트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크로스와 직선을 섞어서 때리고 상대 블로커의 손끝을 보고 밀어치는 공격도 시도해야 하는데, 니콜라는 더 강하게 때리는 우격다짐의 스파이크만 고집했다. 그렇게 힘을 쓸수록 타점은 낮아지고 범실은 늘었다. 결국 자신감마저 잃어버렸다. 설상가상 니콜라는 표정을 잘 감추는 포커페이스도 아니었다. 동료들도 상대 선수들도 니콜라의 멘탈 붕괴 상태를 알았다.

 

11월 3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32득점, 77.76% 공격 성공률을 찍은 이후 니콜라는 7경기 연속으로 30득점을 넘지 못했다. 12월 4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2세트부터 선발에도 빠졌다. 그날 2득점에 범실도 2개였다. 1세트 도중 그에게 공이 올라가야 할 상황이 여러 차례였는데도 세터 황택의는 다른 공격 루트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주전 세터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주 공격수였기에 교체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올해 고작 23세로 해외 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니콜라가 이 고비를 이겨냈다면 한 단계 성장했겠지만, 세르비아 리그보다는 V-리그의 수준이 높았다. 팀이 여유 있게 기다려줄 형편도 아니었다. 현장에서는 니콜라를 향한 기대를 일찍 접었다. 9일 경기 뒤, 후인정 감독 발언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 지난 시즌까지 케이타가 씌워주는 크고 넓은 우산 속에서 비바람을 잘 피했던 KB손해보험은 니콜라가 든 우산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동료들이 각자의 우산을 펴고 서로 돕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만, KB손해보험은 그런 배구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13일 니콜라의 교체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교체가 확정된 13일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에서 KB손해보험은 연패를 끊었다.

 

배구는 받고 연결하고 공격하는 3번의 기회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서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내는 경기다. 이 때문에 어느 선수의 진정한 기량만으로 그 결과를 낸 것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선수의 평가가 누구와 같이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 배구가 가진 특성이다. 에이스가 팀을 혼자 이끌며 약점까지 모두 덮어줬을 때는 모르지만 막상 그가 떠나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까지 공백이 쉽게 드러난다. KB손해보험은 이번에 그것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니콜라와 KB손해보험의 이별 과정에서 드러날 ‘디테일’이라는 악마다.

후인정 감독은 9일 경기 이후 니콜라를 팀 훈련에서도 배제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비예나를 확정했다. 그에 앞서 니콜라와 구단은 계약해지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구단과 선수가 서로 작별을 인정하고 깔끔하게 서류에 서명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런데 니콜라의 경우는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일단 계약해지 사유다. KB손해보험은 분위기 쇄신 차원의 교체라고 한다. 하지만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계약 분쟁의 사유가 된다. 현재 V-리그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때는 부상이나 선수가 큰 문제를 저질렀을 때다. 구단들이 주로 결정하는 이유인 기량 미달은 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구단들이 관행으로 부상 등의 다른 이유를 둘러댔을 뿐이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는 국제배구연맹(FIVB)을 찾는다. 지금 V-리그는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이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FIVB는 소송 접수 3년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최근 예상대로 한 건은 외국인 선수가 이겼다. 조만간 다른 건도 결론이 나올 것이다. 해당 구단들은 쉬쉬하겠지만 기량 미달로 선수들을 쫓아냈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니콜라는 KB손해보험에 올 때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르비아의 소속팀에서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거부했다. 한국에 꼭 오고 싶었던 니콜라는 자기 돈으로 그 구단에 바이아웃 금액(8만 유로, 약 1억1000만원)을 지불하고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V-리그에서 한 시즌을 뛰면 충분히 바이아웃 금액 이상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즌 도중에 계약이 해지된 니콜라는 45일분의 잔여 연봉만 받아야 한다. 바이아웃 금액을 KB손해보험이 어느 정도 보상해주거나 잔여연봉을 45일치 이상 주지 않는다면 니콜라는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고분고분하게 계약해지 합의서를 써줄 이유가 없다.

 

만날 때보다는 떠날 때의 관계가 더 중요한데 지금 니콜라와 KB손해보험 사이에서 들리는 얘기를 보면 서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자칫 국제배구계에서 V-리그의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을 줄 내용도 있다. 일단 선수에게 계약해지를 알리는 방법도 좋지 않았다. 달랑 이메일 한 장 보내고 팀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라커의 짐을 마음대로 치워놓고 선수에게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 엄동설한에 주말까지 집을 비우라고도 통고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그에게 너무 매정한 처사다. 한 때는 그를 위해 이순신 장군의 얘기가 담긴 책도 선물하며 애정을 쏟았던 구단이기에 니콜라는 달라진 인심을 실감할 것이다. 한국어도 서투른 외국인이 한국 생활을 정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통역을 포함해 구단 누구도 도와주지 않은 채 연락마저 끊었다.



 



니콜라의 후임 비예나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있다. 역시 그도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번에는 선수가 먼저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상황이기에 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만일 니콜라가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해주지 않으면 비예나의 ITC 발급은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터무니없는 바이아웃 금액을 요구해도 KB손해보험은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역대 최단신 외국인 선수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비예나는 팀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2020~2021시즌 도중 무릎 부상으로 일찍 팀과 작별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비예나가 원하는 만큼 머무르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여행도 하도록 배려했다.

 

그는 떠나면서 자신의 SNS에 “팀의 상황과 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한국에서 지냈던 한 시즌 반 동안 구단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추억만 간직한다. 다시 한국에 돌아올 날을 기대하고 이 감동적인 리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한글로 멋진 작별 인사를 했다. 좋았던 때는 물론이고 마지막 순간에도 서로를 존중해주는 이런 마무리야말로 아름다운 작별이다. 과연 KB손해보험과 니콜라는 어떤 마무리 얘기를 만들까.

사진 KOVO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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