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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기습 키스 논란' 스페인축구협회장에게 90일 징무 정지 '징계', 루비알레스 VS 에르모소, 키스 허용 두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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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스포츠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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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칼을 빼들었다.

'키스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에게 일단 90일간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FIFA는 26일(한국시각) '호르헤 이반 팔라시오 징계위원장은 징계 규정 51조에 근거해 이날부터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적으로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국제적 활동에도 적용된다'며 '오늘부로 발효돼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90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자국 여자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제3자를 통한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FIFA는 "이는 에르모소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징계 절차 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징계 여부 등 최종 조사 결과를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위의 조치는 스페인축구협회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에도 통보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UEFA 부회장도 겸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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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스페인은 대이변을 일으켰다. 2015년 캐나다 대회 조별예선에서 한국에 패하면 16강에서 탈락하고, 2019년 16강이 역대 최고성적이었던 스페인은 20일 '여자유로2022 챔피언' 강호 잉글랜드를 1대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 역사를 썼다. 대회 직전까지 호르헤 빌다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극심한 불화로 내홍을 겪었다. 대표선수 15명이 스페인축구협회에 실명 이메일을 보내 감독 해임을 요구했고, 루비알레스 협회장이 '선수에게 감독 선택권은 없다'는 원칙으로 감독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15명 중 12명의 대표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 동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별예선에서 일본에 0대4로 대패한 스페인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르셀로나를 주축으로 구성된 에이스들은 토너먼트 네덜란드와의 8강, 스웨덴과의 4강에서 점점 더 강해지더니 강력한 우승후보 잉글랜드마저 밀어냈다. 남자 대표팀에 이어 여자 대표팀 역시 세계 정상에 서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우승 시상식에서 사달이 났다. 생방송으로 중계된 시상식,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시상대에서 스페인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며 볼 뽀뽀, 포옹 등 과도한 애정표현을 일삼았다. 특히 에르모소와 포옹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입술에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히는 장면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파장이 일었다. 전세계 축구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월드컵 우승 포상으로 선수들에게 이비자 여행을 선물할 것이라면서 '제니와 루이스 루비알레스의 결혼식을 축하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농담으로 자신의 행동을 가볍게 언급해 또다시 비판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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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들은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인 만큼 광범위하게 보면 성폭력에 가깝다고 일제히 질타했다.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은 21일 에르모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입을 맞춘 루비알레스 회장이 행위를 '성폭력'으로 규정했다. "동의없이 키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것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이며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결코 정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다. 이런 행위의 중심엔 반드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예스'할 때만 '예스'인 것"이라며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를 맹비난했다.

파문이 커지자 에르모소는 스페인 언론을 통해 시상대 키스 사건을 '자연스러운 애정표현'으로 정리하고 '루비알레스 회장은 대표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에르모스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다시 "월드컵 우승의 엄청난 환희로 인해 완전히 자발적인 상호 제스처가 취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님과 나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는 행동을 보여오셨고, 이는 애정과 감사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정과 감사의 제스처를 오버해서 분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이 중요한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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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모소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1일 스페인축구협회가 미디어에 보낸 영상을 통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당시 감정이 벅차올랐다.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밖에서는 파장이 커졌다. 그 장면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해 난 사과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 배우고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국 대표팀이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도, 직후 자기 행동 탓에 불거진 논란이 더 주목받아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 우리 역사에서 여자축구가 거둔 가장 대단한 성공이라서 더욱 슬프다. (남녀를 통틀어) 스페인의 두 번째 우승을 축하하려는 데, 이 사태가 영향을 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파장은 멈추지 않았다. 에르모소 측이 "처벌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영국 BBC는 24일 에르모소가 "내가 가입한 노조인 풋프로(Futpro)와 에이전트가 이 문제에 대한 내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풋프로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축구협회장이) 제재를 받고,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으로부터 여성 축구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모범적인 조치가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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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반격했다. 에르모소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다. 26일 영국 BBC에 따르면 스페인축구협회는 성명을 내고 현지 선수노조인 풋프로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에르모소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협회와 회장은 에르모소 혹은 에르모소를 대신한 누군가가 퍼뜨린 이야기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한 에르모소와 23명의 여자대표팀 선수들을 포함한 80명이 넘는 스페인 여자 선수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하지 않는 한 대표팀 경기를 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경기에 출전할 의무가 있다고 맞받았다. DPA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축구협회는 성명과 함께 에르모소가 루비알레스 회장을 안아 공중으로 들어 올리려는 장면이 담긴 사진 4장을 첨부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신의 행동이 사전에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는 게 에르모소의 당시 요청이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 '그렇게 하라'는 답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르모소는 풋프로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언급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어떤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거듭 입장을 냈다. 주축인 에르모소를 포함한 80여명의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들은 풋프로를 통해 성명을 내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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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알레스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25일 비상 대책회의 이후 연설을 통해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이미 주초에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바보들'이라고 규정한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짜 페미니즘에 의한 사회적인 암살행위라며 "절대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네 번이나 외쳤다.

그러자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선수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남자 대표팀 수비수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반발하며 국가대표 팀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자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발롱도르 2회 수상자인 알렉시아 푸텔라스는 여자 선수단 최초로 비난의 글을 SNS에 올렸다. 더불어 전 맨유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도 루비알레스 회장을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용납할 수 없는 제스처였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루비알레스 회장의 자격이 정지될 수 있고, 나아가 법원에서 '성차별적 행위'가 인정된다면 곧장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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