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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눈물… 가격인하 압력 커지고 中 비관세 장벽까지

난라다리 0

원유값 940원→922원 내리자 소비자단체 "우유값도 내려야"

中, 자국 분유산업 보호하면서 지난달부터 매출 신장세 꺾여

학교 급식우유 최저가 입찰 경쟁… 원가도 못 맞추고 공급하기도

 

우유 소비가 매년 줄면서 우유 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문제는 저출산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우유 주 소비층인 어린이·청소년이 해마다 감소, 이 같은 상황이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커피 시장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기능성 음료가 나오면서 우유 소비가 위축된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28.1㎏에서 지난해 26.6㎏로 5% 떨어졌고, 올해는 그 감소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악재(惡材)로 우유 업체들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우유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이 소폭 하락하면서 우유 값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올해 학교 우유 급식에서 최저가 입찰 방식이 도입되면서 업체 간 과당 경쟁에 따른 손실이 늘고 있다. 한동안 주력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던 중국에선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유 등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우유 업체들은 "내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져 경영 악화 요인이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원유(原乳) 가격 내리자 "우유 값 낮춰라"

 

 

 

낙농진흥회는 지난 6월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을 종전 L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내렸다. 2013년 원유 가격 연동제가 시행된 뒤 처음이다. 우유 가격 연동제는 우유 업체들이 매입하는 원유 가격을 시장가격이 아니라 낙농가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정하는 제도이다. 우유 가격을 놓고 낙농가와 유가공 업계가 매년 극심한 갈등을 보이자 정부가 2013년 도입했다. 시행 첫해 원유 기본 가격이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 올랐고, 이후 2년간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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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 우유 판매 코너에 우유 수십 종이 진열돼 있다. 우유 업계는 매년 우유 소비량이 줄고 원유 값 하락과 중국 수출 부진 등 악재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만큼 우유 소비자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만, 우유 업체들은 "우유 가공, 유통 비용과 인건비 상승, 그동안 적자 등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유 업체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소폭 내렸지만 해외 각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한참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1㎏당 1085원 수준인 국내 원유 가격은 일본(897원)보다 높고, 미국(403원)이나 EU(388원), 뉴질랜드(285원) 등에 비해 2~3배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2013년 원유 가격이 올랐을 때는 2개월 만에 200원 넘게 우유 소비자 가격을 올렸던 업체들이 이제 와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묶음 할인 판매' 등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에도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원유 값 인하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139% 증가하면서 원유 가격 인하 등 원가 개선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분유 매출 꺾여… '비관세 장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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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퍼지면서 분유 매출이 꺾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 유제품 시장은 규모가 50조원이 넘어 내수에서 고전하던 국내 우유 업계 새로운 돌파구였다. 중국인들 1인당 유제품 소비는 매년 5% 정도 늘었고,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식품 안전성에 관심이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이 수입 분유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산 분유를 수십 통씩 구입했고, 귀국해서도 온라인 쇼핑몰 직구(直購)를 통해 대거 사들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수출 물량을 늘리며 시장 확대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중국 현지 매출 신장세가 꺾이고 중국이 위생 규정을 강화하면서 반품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무역 보복에 본격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2018 년부터 '신조제분유법'을 시행한다. 자국 조제분유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모든 분유 업체는 3개 브랜드, 9개 제품만 중국에서 유통·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분유 업체들은 평균 7~8개 브랜드를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정책'을 허용하면서 유아용 제품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진출했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국내 우유 업체들은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 등 마케팅 강화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티몰(T-mall)에 중국 전용 상품 코너를 마련하고, TV 광고와 소비자 체험단 행사 등을 통해 도시 지역 고소득층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 우유는 최저가 입찰… 출혈 경쟁

 

 

 

전체 우유 공급량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 학교 급식 우유에 대해 정부가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하면서 업체 간 과당 경쟁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을 정하는 고정 단가제로 운영했는데, 우유 업체 간 담합이나 뒷돈 거래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가장 낮은 금액으로 입찰한 업체가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정 단가제가 시행될 때 430원 정도 하던 200mL짜리 우유의 평균 공급 단가는 320원까지 떨어졌다. 원가(36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입찰을 따내기 위해 업체들이 150원까지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까지 발생했다. 공급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경기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우유 급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유 생산 업체 관계자는 "재고량이 쌓이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더라도 밀어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학교 우유 급식에 대해 최저가 입찰제를 개선하고 공공성을 확립하는 내용을 담은 낙농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유 업체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의 문제점은 시행 이전부터 예견됐다"며 "정부가 일정 수준 예정 가격이나 최저 제한 가격을 설정하는 등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우유 업체들이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파행 운영되는 학교 급식도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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