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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모금은 문화융성 위한 선의 … 돈 요구한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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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앞 탄핵 찬반 맞불집회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주말 촛불집회가 17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엔 7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6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 서울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쯤부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박 대통령과 황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헌재에도 빠른 심판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집회에선 특히 “빠른 탄핵 인용”은 물론 “황교안 사퇴”를 외치는 이가 많았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을 비롯한 보수단체들도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들 보수단체 회원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마주치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9시쯤 마무리됐다.

박종근 기자

 

 

대한민국 헌법은 제4장 1절에 가서야 대통령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으로다. 그보다 앞선 3장에 국회가 있고, 2장과 1장 그리고 전문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언급된다.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반영한 국회의 탄핵소추에 배수진을 치고 맞설 태세다. 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를 통해 박 대통령 측은 모든 탄핵 사유를 부인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크게 13가지의 탄핵 사유가 적시됐다. 국민주권주의·생명권 보장 등 헌법 위반행위 5개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공무상 비밀누설 등 법률 위반행위 8개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 이중환(57) 변호사는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모두를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도 본격화됐다. 휴일인 17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출근해 박 대통령 측이 보내온 답변서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와 비교·검토하는 일에 착수했다.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수사기록을 요청한 것이 헌재법 위반이라는 박 대통령 측 이의 제기에 대해서도 법률 위반 여부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미르재단 등 설립은 선의의 행위”]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시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행위 중 핵심은 최순실(60)씨 등 측근들이 ‘비선실세’로 국정 농단을 저지르게 했다는 점이다.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을 유출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력을 최씨를 위해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그들의 행태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의결서는 “국가의 권력과 정책을 최씨 등의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하게 했다”며 “이것이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 제67조 1항의 대의민주주의 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또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내라고 기업에 강요한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인 재산권 보장(제23조 1항)과 시장경제질서 보호(119조 1항)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의결서엔 “기업의 재산권과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되고 시장경제질서가 훼손됐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두 재단 모금에 대해 “대한민국의 문화 융성을 위한 선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며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알고 있고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담화와 사과 등에서 밝힌 것처럼 ‘선의’를 강조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은 사심 없는 일종의 ‘통치행위’라는 취지로 정리했다. 재단 모금액 774억원 중 박 대통령에게 흘러간 돈이 전혀 없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검찰의 공소장을 봐도 관련 자금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흘러들어간 경위를 밝혀냈다는 내용은 없다.

국회는 또 최씨와 차은택(47·CF감독)씨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청와대 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차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헌법의 직업공무원 제도(제7조) 평등원칙(제11조)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가 공무원을 최씨를 위한 봉사자로 전락시키고 공무원 신분을 자의적으로 박탈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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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과거 대통령들도 지인과 측근을 주요 보직에 앉힌 사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범위 안에 들어 있고, 인사 추천은 여러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세월호와 7시간은 인과관계 없어”]
헌재가 난제로 꼽고 있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국회는 “재난으로 국민이 생명의 위험에 빠져 있을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행위와 희생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거나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주장과 실질적인 인과관계는 다른 측면에서 판단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는 기업을 동원해 최씨에게 특혜를 준 부분도 의결서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2014년 최씨와 친한 학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하도록 했다는 혐의 등이다. 박 대통령 측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재벌이 기술이 좋지만 어려운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라는 취지에서 한 얘기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이 모든 탄핵 사유를 부인하고 나오면서 헌재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치열하고 지루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이석·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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