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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가을의 꿈, 2017년에는 해태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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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타어강'의 저주 못 벗어나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의 호재와 악재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곽우신]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시절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전설의 왕조로 기억된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과 승률 100%라는 대기록은 KBO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은 위대한 업적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현대, SK, 삼성 등 왕조라는 수식어로 한 시대를 호령한 강팀들은 여럿 있었지만, 누구도 타이거즈의 전성기 시절만큼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아로 팀 명이 바꾼 이후 타이거즈의 영광은 빛이 바랬다. 2000년대 이후 기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9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해태 시절 1983년 첫 우승부터 1997년 9번째 우승까지 불과 15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에 비하여 최근 20년간은 단 1번의 우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선동열 감독이 이끌었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반어법적인 의미로 '타어강'(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이라는 풍자가 유행하기도 했다.

2017시즌을 기대케 하는 '호재'들

기아는 2016시즌, 모처럼 와일드카드로 5강 진출에 성공하며 4년 만에 가을야구를 다시 체험했다.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세대교체와 리빌딩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기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시즌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기아는 올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큰 손으로 부상했다. FA 역대 최고액인 100억의 거액을 들여 타격 3관왕에 빛나는 최형우를 새로운 4번 타자로 영입했다. 내부 FA인 나지완도 40억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브렛 필을 대신하여 새로운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영입했다. 그동안 공격력에서 늘 2% 부족했던 기아였지만 다음 시즌 김주찬, 최형우, 나지완, 이범호, 버나디나로 이어지는 타선은 이름값에서 상대 팀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막판 안치홍과 김선빈이 제대해 약점이던 키스톤 콤비가 한꺼번에 보강되는 효과도 누렸다. 마운드에서는 지난 시즌 외인 에이스로 활약한 헥터 노에시와 1년 170만 달러(약 20억 원)에 재계약했고, 또 다른 메이저리그 출신 좌완 팻 딘을 1년 90만 달러(약 10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합류했던 마무리 임창용은 내년에는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 선수 구성으로 살펴보면 다음 시즌 디펜딩챔피언 두산의 대항마에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

여기에 FA 최대어이자 부동의 에이스 양현종이 팀 잔류를 선언했다. 애초 해외진출 가능성이 유력해 보이던 양현종은 최근 일본 요코하마의 2년 60억 제의를 거절하고 국내 잔류와 함께 기아 외에는 다른 팀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현종의 공백을 각오해왔던 기아로서는 뜻하지 않은 선물인 셈이다. 양현종마저 잔류한다면 기아는 분명히 다음 시즌 우승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마냥 낙관할만한 상황만은 아니다. 손실도 있었다. 현재 FA 투수 최고액 선수인 윤석민이 어깨 수술로 내년 전반기 출장이 불투명해졌다. 2015년 미국에서 국내 무대로 유턴하며 기아와 4년 90억 계약을 맺었던 윤석민은 지난 시즌 어깨 부상으로 16경기 출전에 3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다음 시즌도 정상적인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벌써 4년 계약의 2년을 날리게 된 셈이다.

윤석민이 선발진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4~5선발이 불확실해진다. 물론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홍건희-김윤동이 있고 베테랑 고효준이나 김진우도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하지만 얼마나 꾸준히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불혹을 넘긴 마무리 임창용과 셋업맨 최영필은 언제 노쇠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하지만 기아 불펜은 내년에도 이들 노장 투수들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새 얼굴이 부족하다. 선발진보다 불펜 필승조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은 기아 마운드의 고질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출도 구단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양현종의 잔류 자체는 기아의 전력적인 면에서는 호재지만 그만한 몸값을 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 양현종의 리그 위상이나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최소한 최형우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올해 FA시장에서 벌써 140억 원을 들인 기아가 양현종의 몸값을 맞춰준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윤석민까지 감안하면 기아는 2년 사이에 FA 선수를 잡는 데만 300억 이상을 쓰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외부 영입은 최형우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내부 FA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으로 FA를 통한 새로운 전력보강 요소는 많지 않은데 인건비만 폭등한 셈이다. 이는 그만큼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전력보강에 투자할만한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부상은 어쩌면 상대 팀보다 기아가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다. 기아는 2009년 마지막 우승 이후로는 최근 몇 년간 유독 부상자 속출로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야심 차게 FA 투자를 단행했던 윤석민이나 김주찬 같은 고액 연봉자들이 하나같이 부상으로 팀에 꾸준히 기여하지 못했다. 장기 부상에 시달려온 한기주, 김진우 등 내년에도 확실한 몸 상태에 의문부호가 붙는 선수들이 유난히 많다.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장기레이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2017년에는 기아가 더는 설레발이 아닌 진정한 우승 후보로 거듭날 수 있을까.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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