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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아헨 킴 감독의 느닷없는 출국과 대한민국의 병역법

조아라유 0

37세까지는 복수 국적자도 병역 의무 마쳐야, 40세까지는 F-4비자 발급 제한 규정이 걸림돌?

 



 

그동안 쉬쉬 해오던 페퍼 저축은행의 뇌관이 마침내 터졌다.
2023-2024시즌부터 팀을 이끌기로 한 아헨 킴 감독이 돌연 한국을 떠났다. 양측은 연봉 30만 달러에 3년 기한의 계약을 맺었지만, 24일 출국으로 계약은 파기됐다. 구단은 결별 이유를 “가족 관련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만 했다. 워낙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결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를 놓고 나중에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구단은 공식 발표문에서 “AI페퍼스의 아헨 킴 감독이 가족과 관련한 개인 사정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불가피한 결정임을 이해해, 6월 23일 자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였습니다. 아헨 킴 감독은 믿고 응원해 주신 팬들과 구단 및 선수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왔으며, 구단도 아헨 킴 감독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AI페퍼스는 신임 감독이 선임 되기 전까지 이경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훈련을 이어 나갈 것이며, 현재 적합한 후보군을 국내외에서 검토해 조기에 신임 감독을 선정해 시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구단도 보도자료에 모든 진실을 다 밝히지 않는다. 당연히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단이 진짜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가운데 양측이 결별을 앞두고 어느 정도 조율을 마친 것으로만 보인다.

2022-2023시즌 도중인 2월 17일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도중에 사퇴한 김형실 창단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계 미국인인 그를 선임했다. 구단은 미국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산하 아이비리그에서 능력을 발휘한 육성 전문가라고 자랑했지만, 그는 V-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팀을 떠나는 사상 초유의 결과만 남겼다. 이제 페퍼 저축은행은 시즌 개막을 3개월여 남겨두고 새 감독을 서둘러 물색해야 한다.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상황이다.


 



2022-2023시즌 도중에 한국을 찾았던 그는 선수들과 동행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해왔다.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을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아니었다. 이후 FA보상 선수 결정 등의 중요한 사안에서 새 감독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보상선수로 이고은을 빼앗겼다가 다시 데려오는 과정에서 신인드래프트 1순위와 유망주 미들 블로커를 넘겨주는 상식 밖의 결정이 나왔던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아헨 킴 감독의 입국이 비자 문제로 늦어진다는 얘기만 간간이 흘러나왔다. 구단은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고 했지만, 대형 법률회사를 고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좁은 배구계에 퍼졌다.

페퍼 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입국 당시 액상 대마초를 몰래 들여오다 출입국관리소에서 걸려 큰 문제가 되자 쉬쉬하면서 대형 로펌을 사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결국 니아 리드는 외국인청에서 국외추방을 하기 전에 도망치듯 한국을 떠났다. 팬과 V-리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저지른 범죄행위에 직접 사과한 적도 없다.

 





느닷없이 출국한 아헨 킴 감독의 갑작스러운 팀과의 결별은 병역법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국적법과 병역법을 살펴봐야 한다. 1985년생으로만 알려진 아헨 킴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한국인과 미국인 복수국적자다. 복수국적자는 대한민국 법령 적용 때 대한민국 국민으로 병역의무, 납세의무 등을 진다. 복수국적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오래 머무를 수 있지만 37세까지만 가능하다. 국내에 돌아오면 반드시 병역을 마쳐야 한다.

만일 복수국적자가 한국인으로서 의무를 거부하면 국내에 머무를 수 없다. 병역 기피자로 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가수 유승준이 대표적이다. 그는 비자를 내주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병역법에 따르면 “복수국적자의 국내 체제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국내 취업 등 영리활동을 하면서 60일 이상 체제 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삶의 터전이 대한민국인 것으로 판단해 병역연기를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한다”고 했다. 또 병역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2018년 5월 1일 이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외국 국적의 동포에게는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이 제한되도록 했다. 이 규정에 아헨 킴 감독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처음 그를 영입할 때 누구도 이와 관련한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전임 감독보다 한창 어린 감독을 영입했다고 좋아했지만 설마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아헨 킴 감독을 포함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단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로펌에게 이 문제의 해결을 의뢰한 것으로 보이지만, 병역법에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만일 아헨 킴 감독이 일반 관광객의 신분이라면 한국에 더 오래 지낼 수는 있다. 그래도 기간은 6개월을 넘길 수 없다. V-리그 규정상 외국인 감독이나 선수가 팀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취업비자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급히 출국한 그가 페퍼 저축은행의 감독직을 다시 맡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병역의무와 관련해서는 예외를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 국민 감정상 아헨 킴 감독이 대한민국에서 다시 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V-리그 출범 3년째를 앞둔 페퍼 저축은행은 팀의 짧은 역사에 비해 다양한 얘기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관련한 내용이 주로 부정적이고 때로는 다양한 법률 지식마저 필요하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나올지 기대되고 동시에 걱정된다.

 



사진 KOVO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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