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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5년’ 보낸 삼성화재, KOVO컵 준우승으로 희망 발견하고 자신감 얻었다

조아라유 0

2005년 출범한 V리그 남자부에서 ‘명가’ 한 팀만 꼽으라면 단연 삼성화재다. 원년 우승을 비롯해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챔피언 결정전 7연패까지 통산 8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물론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그러나 2014~2015시즌 정규리그 우승 후 직행한 챔프전에서 OK금융그룹에 패한 뒤 긴 ‘암흑기’가 찾아왔다. 오랜 기간 우승을 독식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양질의 선수들을 수급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2016~2017시즌엔 창단 후 첫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삼성화재는 2017~2018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명예를 회복하는 듯 했지만,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가 마지막 봄배구였다. 2018~2019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다섯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심지어 2020~2021시즌과 2022~2023시즌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잃어버린 5년’을 보내던 삼성화재. 드디어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KOVO컵 결승에 올라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대회 내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다가올 V리그에서도 선전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는 13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보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에서 OK금융그룹에 1-3(23-25 25-22 23-25 20-25)로 패했다. 2009년과 2018년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 KOVO컵 우승 직전 문턱에서 아쉽게 패퇴하고 만 것이다.
 
우승으로 끝맺었으면 더할 나위 좋았겠지만, 준우승이라고 실망할 필욘 없다. 다가올 2023~2024 V리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새 얼굴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프로 2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박성진(23). 명지대 출신의 2000년생 박성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신장도 190cm로 크지 않았다. 데뷔 첫 해인 지난 시즌 기록은 15경기 출전에 17점이 전부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절치부심하며 웨이트에 볼 훈련에 집중한 박성진. 삼성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비시즌간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한 선수 중 하나가 박성진이란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번 KOVO컵에선 본 포지션이 아닌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섰다. 리시브를 받지 않고 공격에 집중한 결과, 폭발적인 공격력이 터져나왔다. 조별예선에서도 팀 공격을 이끈 박성진은 대한항공과의 4강전에서도 23점,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하며 팀의 결승 진출까지 견인했다.
 
결승에선 OK금융그룹의 동갑내기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2000년생의 박성진과 빠른 2001년생 신호진은 학번이 같다)과의 ‘쇼다운’을 벌였고,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34점, 공격 성공률 72.34%을 기록한 신호진이 MVP를 받았고, 박성진도 30점에 공격성공률 67.44%로 ‘에이스 본능’을 뽐내며 MIP(준우승팀 수훈선수상)을 수상했다.
 
삼성화재는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11일)와 준결승(12일), 결승(13일)까지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 저하가 현저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9일)와 준결승(11일) 간에 하루의 시간이 있었던 OK금융그룹은 상대적으로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두 팀의 일정이 바뀌었다면 이날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사흘 간의 강행군에도 박성진의 공격력은 갈수록 날이 더 바짝 섰다. 체력 저하가 심한 상황에서,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도 보여준 셈이다.

 

 

 

경기 뒤 다소 아쉬운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OK금융그룹의 경기력이 좋았다. 반면 우리는 평소 하지 않았던 실수도 나왔다”며 상대의 우승을 인정했다.
 
일정의 불리함이 김 감독도 아쉬웠을 법 하다. 그는 “사흘 연속 치르는 일정으로 인한 체력 저하, 그런 것을 안 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KOVO컵에서 B조가 그런 스캐쥴을 치를 수밖에 없긴 하다. 예전에도 이런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B조가 아무래도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라고 답했다.
 
아쉬운 준우승 속에서도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선수들이 의기소침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경기를 치르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자신감도 생겼다. 이번 대회가 선수들에게 큰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쉽지 않은 일정 속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가올 V리그에서 삼성화재는 지금 전력보다 더 강해진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뽑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와 아시아쿼터 1순위 에디와 함께 V리그 개막을 맞게 되기 때문. 현재 그리는 그림에선 에디가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고, 요스바니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맡을 예정이다. 이번 KOVO컵에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뛴 김정호와 신장호에 박성진이 남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그간 보여준 게 가장 많은 김정호가 아직은 앞서있는 입장이지만, 이번 KOVO컵에서 신장호도 공격과 리시브에서 안정감을 보여줬고 박성진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낸 만큼 세 선수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 선수가 경쟁하며 동반 성장한다면 삼성화재의 전력은 더 강해진다. 

 

 

 

김 감독은 “에디와 요스바니가 공격적인 선수들이다. 날개 공격수 조합을 맞추는 게 V리그 개막까지의 숙제다. 박성진의 성장은 하나의 옵션이 더 생기는 것이다. 잘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기사제공 세계일보

구미=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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