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의 축승회. 통합 우승의 주역들이 완벽했던 한 시즌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다만 왠지 그곳에 있어야할 것 같은 몇몇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올시즌 막바지 1군에서 자취를 감췄던 홍성흔(40) 역시 함께 하지 못했다.
야수로만 보면, 넘치도록 여유있었던 시즌. 그런 양상이 홍성흔 같은 베테랑 타자에게는 한편으로 압박일 수 있었다. 홍성흔은 올해 1군에서 고작 17경기에 출전하는 데 머물렀다. 타율 0.250(40타수 10안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4년만 해도 타율 0.315에 20홈런 82타점을 기록한 홍성흔은 지난해부터 출전 횟수가 줄어들며 하향세를 돌아선 끝에 올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홍성흔은 두산과 FA 계약 뒤 4년째 시즌을 이제 막 보냈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를 만났다. 지난 10월초 페넌트레이스를 마칠 즈음에는, 구단 관계자와 면담에서 자기 입장을 어느 정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 김승호 운영부장은 8일 “그때 만나 얘기했을 때는, ‘선수생활의 아쉬움’이 큰 것 같았다”며 “우승 뒤 여러 일정이 정리되는 이번주라도 연락을 해서 만나려고 하고 있다. 다시 선수 입장을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아직 홍성흔에 대한 구단의 방향점을 아주 구체화시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현장의 사령탑인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이와 관련해 상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말하자면, 구단에서는 현장의 구상을 토대로 방법을 강구하려는 것인데, 김 감독이 그리고 있는 내년 시즌 밑그림에서는 올해 그랬듯 홍성흔의 존재가 미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홍성흔 역시 정리된 입장을 아직은 명료하게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단과 만남 뒤 또 한번 고민할 시간을 가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다만, 홍성흔이 선수생활 연장을 선택하더라도, 두산 선수로 동등한 경쟁 구도 속에서 내년 캠프를 치르고 시즌 맞이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단순히 계약 연장을 전제로 선수를 따로 만날 일도 없다. 이에 큰 그림에서 구단의 방침을 전하며 지도자 변신을 돕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일단은 가장 크다.
두산은 과거 ‘김동주 사례’에서 그랬듯 선수가 선수생활을 지속하려할 때는 조건 없이 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구단의 제안이 이같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홍성흔은 양자택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구단과 홍성흔의 만남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 역시 안팎으로 팀 공헌도가 높았던 홍성흔과 만남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다.
<안승호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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