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원에 재판 연기 요청을 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내달 2일로 잡힌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정상관계 진술서'를 지난 21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수사기록 등 사건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점, 건강상의 이유 등을 근거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이 같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측 요청의 타당성을 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식 '기일변경 신청'을 한 게 아니고 '의견' 형식으로 요청한 것이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초 계획대로 기일을 진행할 것이란 게 법원 안팎의 분위기다.
'정상관계 진술서'는 형사 피고인이 자신의 사정이나 혐의에 대한 입장 등을 담아 법원에 내는 서류다. ▲가족관계 ▲직업 및 경력 ▲성장과정 및 생활환경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재판 절차에 대한 의견 ▲건강상태 ▲검찰이나 법원의 처분 중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점 등에 관한 문항에 답하는 식으로 작성하는 게 보통이다.
이는 법원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경우 그에 따른 형량을 정할 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참작할 정상을 따지는 자료로 쓰이는 수가 많다. 제출할 의무가 없는 서류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여기에 재판 연기 요청 외에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자신을 '이익공유 공모관계'로 본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까지 담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보석 청구를 감안해 신변과 관련한 매우 구체적인 주장을 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정상관계 진술서에는 개인적인 사항을 많이 기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박 전 대통령이 굳이 진술서를 낸 건 재판 연기와 함께 보석 청구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석은 법원이 정한 보증금을 납부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을 약속하는 등의 조건으로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무기나 10년이 넘는 징역ㆍ금고형 선고가 가능한 중대 혐의 피고인은 보석 청구가 불가능한 게 원칙이지만 건강문제 등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또 "전반적으로는 혐의를 부인하고 특히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적어도 2~3회 가량 공판준비기일을 더 진행한 뒤 정식 공판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이 방대하고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혐의 자체와 절차를 둘러싼 쟁점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듣고 효율적인 공판 진행을 위해 쟁점 및 증거조사 방법 등을 조율하는 절차이며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첫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낼 지는 미지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 부회장과의 298억원(약속액 433억원) 규모 뇌물수수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774억원 규모 기업 강제모금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현대자동차에 대한 '최순실 지인 회사' 남품 강요 공모 등 18개 범죄혐의로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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