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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00개의 메시지” 시민들 SNS의 힘, 청문회장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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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의 현장조사가 벌어진 강남의 김영재의원 건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본 한 성형외과 전문의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보를 받았다. 

이 의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장모의 고관절에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시술을 한 뒤 지인들과 골프를 치러 갔다는 김영재 원장의 말이 석연치 않다며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고관절이나 어깨에 PRP를 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기기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줬다. 손 의원은 즉시 초음파 기기가 있는지를 살폈고, 김 원장 병원에 이 기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원장은 손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고관절이 아니라 허리에 시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손 의원은 이어 평소 진료 기록에 있는 김 원장의 서명과 세월호 참사 당일 진료 기록의 서명이 다르다는 점도 발견했고 이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전달했다. 

5차까지 진행된 ‘최순실 청문회’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돋보인 ‘양방향 청문회’였다.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과 모르쇠 답변 등으로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나 ‘맹탕 청문회’란 비판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소통 측면에서 역대 청문회 중 가장 활기가 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의 제보와 의견 등이 실시간 쏟아졌고 여야 국회의원들도 현장에서 이를 발 빠르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청문회 기간 대학 교수, 현역 군인, 성형외과 전문의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시민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살린 제보를 셀 수 없이 보내왔다고 청문 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 근무자와 동포 등 나라 밖에서도 제보가 쏟아졌다고 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4차 청문회에서 출석한 김경숙 이화여대 학장의 남편 김천제 건국대 교수의 특혜 의혹 관련 내용을 한 이공계 대학 교수로부터 제보 받았다. 하 의원은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김 학장의 남편의 경우, 모든 자문위원들이 임기를 11월에 시작했는데 혼자만 4월에 임명됐다”며 “다른 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추천을 거쳐 위촉됐지만 김 학장의 남편만 미래부가 추천한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시민들과의 양방향 소통의 힘이 가장 빛을 낸 것은 2차 청문회가 열린 7일 밤이었다. 하루 종일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고 버티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영상을 제시하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최순실의 존재는 안다고 시인했다. 화면 속 질문자는 박근혜 후보에게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 물으며 “최순실씨를 서면 조사하고 육영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조사했고 최순실씨와 관련 해 재산 취득 및 경로를 집중적으로 추적했다”고 말했다. 김기춘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단장은 박 후보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이 잡혔다. 
-‘모르쇠’ 김기춘 전 실장이 당황하던 순간

https://youtu.be/WyTxnUt81AA

이 영상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주갤러) 회원이 박영선 의원에게 제보한 것이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오후에 제보가 왔고 저녁 질의 시간에 급하게 준비를 해서 틀었다”며 “TV와 포털사이트 등으로 생중계를 보던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튿날인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최순실을 모른다’ 던 김기춘 증인의 실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라며 “손혜원ㆍ안민석 의원에게도 같이 제보가 와서 힘을 합쳐 네티즌 수사대와 함께 한 일입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민들은 증인 출석을 거부한 채 행적을 감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찾는데도 직접 나섰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던 우 전 수석이 5차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입장을 바꾼 데는 시민들이 전국에서 우 전 수석의 행적을 쫓고 그 내용을 공유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실시간 제보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많을 때는 1분에 100개 정도 메시지가 온다”며 “(시민들이) 생중계를 보다 자신이 잘 알거나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나오면 증인들이 사실을 왜곡한 증언 내용을 지적하거나 추가로 어떤 내용을 물어봐 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청문위원들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아닐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시민들의 반응을 체크한 뒤 ‘모르쇠’로 버티거나 ‘위증 의혹’이 있는 증인들을 상대로 강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손혜원 의원실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까 몇 사람의 지식과 경험 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페이스북,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 상에서 이뤄지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지금도 정신과 전문의 등과 끊임 없이 정보 공유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호응한 의원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도 쏟아지고 있다.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 다음날이면 전국에서 잘했다. 수고한다는 전화와 메시지가 많이 온다”며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들도 양방향 청문회라는 낯선 경험이 주는 쾌감 때문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연말 후원금 모금 마감을 앞두고 몇몇 의원실은 후원금이 몰리는 또 다른 성과까지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준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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