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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 투수 윤석민,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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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수술 받고 재활 돌입, 2011년 같은 황금기 다시 돌아올까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국내 프로야구 FA 투수 역대 최고 몸값(90억)의 주인공 윤석민(기아 타이거즈)이 최근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던 윤석민은 시즌 종료 이후 지난 8일 일본 요코하마의 한 병원에서 웃자란 뼈 제거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는 약 6개월 정도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윤석민의 2017시즌 전반기 출장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윤석민은 2015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국내무대로 전격 유턴하며 친정팀인 기아와  4년간 90억원의 대형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기아 최형우(100억원)-2015년 NC 박석민(96억원)에 이은 KBO FA 역대 3위이자, 투수로만 국한하면 아직까지 깨지지않은 역대 최고액의 대형계약이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SK와 4년 85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김광현도 최근 일본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게됨에 따라 국내 최고 몸값 1-2위 투수를 모두 2017시즌에는 보기 어려워졌다. 가뜩이나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KBO FA시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잦은 보직 변경, 실력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한 윤석민

 

 

사실 윤석민은 데뷔 초기부터 가진 실력이나 재능에 비하여 유독 성적이 안나오는 투수라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시절에는 잘던지고도 동료들의 지원 부족으로 승리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고, 팀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보직을 넘나들기도 했다. 

동시대를 풍미한 김광현-장원준(두산)-윤성환(삼성)같은 투수들이 모두 꾸준히 선발로 활약하며 통산 100승 이상을 넘긴 것을 비롯하여, 윤석민은 KBO에서 무려 11시즌 활약하고도 통산 승수가 77승(67패)에 불과하다. 선발로 두 자릿수 승리를 넘긴 것은 2008년(14승)과 2011년(17승) 두 번 뿐이다.

윤석민은 75세이브 18홀드라는 성적에 보듯이 불펜으로 활약한 경우도 꽤 많았다. 심지어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 이후에도 팀 사정에 따라 수시로 불펜을 넘나들기 일쑤였다. 보통 선발로 한 번 자리잡은 선수들이 어지간해서는 보직을 바꾸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윤석민은 꽤 특이한 케이스인 셈이다. 그만큼 윤석민이 다용도로 써먹을 수 있는 투수였다는 의미도 되지만 장기적으로 선발과 불펜 양쪽에서 모두 꾸준하게 자리잡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특히 FA 계약 이후 남긴 성과는 대체로 저조하다. 물론 첫해는 임시 마무리로 활약하며 2승 6패 30세이브로 선방했다. 팀 사정에 따라 긴 이닝도 소화하는 '중무리' 투수에 가깝게 희생했다. 그러나 정작 원래 보직인 선발로 복귀한 지난 2016시즌에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2승 2패 1세이브 6홀드 자책점 3.19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고작 16경기 출전- 31이닝 소화는 윤석민의 프로 데뷔 이후 최소 경기-이닝 기록이기도 하다. 

더구나 2017시즌도 정상적인 시즌 소화는 물건너갔다. 후반기에 복귀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거나 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수의 특성상 어깨 수술은 특히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상 4년 계약의 2년을 소득 없이 날린 셈이 됐다. FA 규정일수를 감안할 때 윤석민이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려면 빨라도 2019년이 되어야 하는데 그때는 윤석민의 나이도 어느덧 만 33세가 된다. 

윤석민의 야구인생 최고의 시즌은 역시 2011년이다. 당시 윤석민은 17승 5패 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MVP와 골든글러브 등 투수 4관왕을 휩쓰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로 윤석민의 야구인생은 이상하리만큼 꼬이고 있다. 

윤석민 이탈, 위기에 처한 기아 마운드

한창 주가가 절정을 달리던 당시에 처음 해외진출을 염두에 뒀으나 구단의 강력한 만류로 팀에 잔류했고 이후 2012년 9승, 2013년 3승에 그치는 부진에 빠지며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2014년에는 FA 자격을 얻어 볼티모어에 입단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작 주전경쟁에서 철저히 밀려 메이저리그 무대는 단 1경기도 밟지못했다. 입단 협상과 비자 발급이 늦어지며 한창 팀에 적응해야 할 시기에 골든 타임을 놓쳤다. 결국 이듬해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오며 FA 대박으로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팬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사실상 미국무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에게 최고대우를 보장한 것을 두고 국내 FA 시장의 거품만 부추겼다는 곱지않은 시선 때문이었다. 

설상가상 지난 2년간 몸값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활약을 KBO 무대에서 보여주는 데도 실패하고 수술대까지 오르게 됐다. 그나마 이번 수술과 재활을 거쳐 오랜 부상을 털고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다면 다행이지만, 자칫 노쇠화의 시작이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하는 '역대 최악의 먹튀'로 등극할 수도 있다. 

정상적이라면 야구인생의 최전성기를 보내야 했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지난 5년간 윤석민은 이처럼 한국과 미국, 선발과 불펜 등 여러 자리를 오가며 어디에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 류현진이나 이대호, 오승환처럼 해외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원준이나 김태균처럼 KBO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선수에게 재능도 재능이지만 적절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아는 양현종-윤석민이 막강한 토종 좌우 원투펀치를 앞세운 선발야구로 명가 재건을 꿈꿨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년 터울의 두 투수가 나란히 동반으로 정상급 활약을 펼친 시즌은 전무했다. 한 선수가 활약하면 다른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에 시달리는 징크스가 반복됐다. 

만일 윤석민이 2017시즌에도 정상적인 복귀가 늦어지고 해외진출을 원하는 양현종마저  팀을 떠난다면, 기아로서는 우승은 커녕 토종 선발진 붕괴를 걱정해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한다. 역대 FA 최고액인 100억원을 들여 최형우를 영입하고 내부 FA 나지완까지 잔류시키며 2017년에 승부를 보려고 했던 기아의 '명가 재건 프로젝트'가 마운드 전력누수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윤석민도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야구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유난히 굴곡이 잦은 그의 커리어에 다시 한 번 2011년 같은 황금기는 돌아올 수 있을까.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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