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서 법인세 인하 계획도 발표했다. 별개의 이슈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기업 생산 증대 및 일자리 창출→가계소비 진작 및 세수 확보’라는 시나리오에 따른 일련의 조치라고 설명한다.
통상전문가들은 30일 “이들 조치가 하나의 틀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면서 근거로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지난해 공동집필한 ‘트럼프 경제계획안(Scoring the Trump Economic Plan)’을 들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와 FTA 재협상으로) 미국산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자국 제품 소비가 늘어 기업은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고 내수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첫 번째로 손보는 것이 바로 FTA 재협상 또는 종료다. 한·미 FTA의 경우 0%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FTA를 파기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최혜국(MFN)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한국의 MFN 관세율은 4∼9%로 1.5∼4%인 미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단순 계산으론 관세율이 더 낮은 미국이 손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품과 업종에 따라 관세율이 다르다. 따라서 미국의 주요 업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계산해서 FTA 파기를 주장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나 베트남,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이 반덤핑·상계관세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이들 국가의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35%의 법인세를 15%까지 내리겠다고 한 것도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법인세 인하는 중국이나 한국 기업이 혜택을 받는 만큼 미국 기업들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고, 역차별 받고 있는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관세율 부과로 미국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살아날 경우 자국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기업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일자리를 늘리면 내수가 활성화될 것이란 계산으로 이어졌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나 한국 기업의 제품 가격이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날 것이고 서민층은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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