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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앞둔 박근혜, 노무현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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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예우' 받은 노무현-급속히 수사 받는 박근혜... 검찰은 왜 변했나

[오마이뉴스 글:박소희, 편집:박혜경]

2009년 4월 22일, 홍만표 당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취재진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이라며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사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3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조사를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 쪽과 의견을 나누고 있냐는 질문에 짧고 분명하게 얘기했다. 

"조율은 없다."

그는 "소환은 우리가 하는 것이고, (녹음·녹화 등) 조사방법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날 오전 9시 40분,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변호인에게 3월 21일 오전 9시 30분까지 서울중앙지검으로 나오라고 통보했다. 이동시간이나 거리,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변호인단과 사전협의를 거쳤던 노 전 대통령 때와는 또 한 번 다른 대목이었다.

너무 다른 두 전직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조사 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느냐는 대목에 논란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추구에 앞장선 현재의 사건과는 '죄질'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은 뇌물죄 외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은 직권남용,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강요 혐의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선 '전직 대통령의 뇌물 혐의 조사'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구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땐 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챙겼다. 수사과정에서 온갖 모욕적인 언동이 있었다는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말만 내세웠지, 실제 예우한 건 별로 없었지만 검찰은 늘 '예우'를 강조했다.  

이제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둔 검찰은 '예우'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검찰은 왜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노무현과 박근혜, 이들의 '진실을 향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결백을 주장하긴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드립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박연차게이트와 관련해 부인 권양숙씨가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하겠다,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4월 12일에는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겠지만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게 참 부끄럽고 구차하나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며 "성실하게 방어하고 해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 검찰이 보낸 서면질의서 답변을 4월 25일 제출했고, 검찰 소환 통보에 따라 4월 30일 대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9월 국정농단의혹이 불거진 뒤 11월 4일 두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약속은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측근 최순실씨와 함께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개입했다는 수사 결과를 두고 "사상누각"이라고 폄하하며 검찰 조사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검 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혹 특검과 일정을 조율해 2월 9일 대면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일정이 언론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특검은 대면조사의 필요성을 감안, 몇 차례 추가 협의했지만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조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했다"며 "돌발상황에 대비한 녹음, 녹화를 원했는데 대통령 측에서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약속 어긴 박근혜... 이제 포토라인 서야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지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자택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때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 불렸다. 그러나 탄핵심판까지 받는 엄중한 상황에서 그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파면 결정을 내리며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수사에 불응하는 모습에서 헌법 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지 11일 만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푸념처럼 검찰은 그에게 "숨 좀 돌릴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임기 내에 기소당하지 않도록 헌법이 정함)을 방패삼아 검찰과 특검 수사를 무력화했던 박 전 대통령이었다. 협의는 끝난 지 오래다. 남은 것은 검찰청 포토라인에 '피의자 박근혜'로 서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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