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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남 암살 용의자 ‘꼬리 자르기’… 조직적 테러 진상규명 어려워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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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동일 “화학무기 사용 근거 없다”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일 용의자 리정철의 추방 소식이 알려진 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김정남)의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해온 말레이시아 당국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한 북한 용의자인 리정철(47)을 추방키로 한 배경은 증거 부족과 함께 북한 당국의 치열한 외교적 설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인 여성 용의자 2명만 사법 처리되고 북한인 용의자들은 모두 법망을 빠져나가게 되면서 이번 사건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국가 테러 범죄라는 진상 규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지난달 17일 리정철을 체포한 뒤 한 차례 구금을 연장하며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김책공대 출신으로 컴퓨터와 화학 전문가로 알려진 리정철은 암살에 사용된 신경독가스 VX의 제조 및 운반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리정철이 평양에서 온 다른 북한인 용의자의 숙소를 잡아주고, 차량 운전을 하는 등 단순한 안내원 역할에 머물렀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리정철은 경찰에 다른 용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인정했지만 사건 당일 공항에도 가지 않았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VX 관련 수사를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자 추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날 결정은 지난달 28일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포함한 북한 대표단이 그의 석방을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리정철 추방 결정으로 북한의 요구를 일부 들어주는 대신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라는 외교적 카드를 꺼내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아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암살단이 무비자로 입국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말레이시아는 2009년부터 북한과 비자면제 조치를 시행해 왔다. 6일부터는 북한인들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하려면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 ‘무비자 철회’는 외교적인 초강수이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현지에서 비등했던 북한과의 단교 조치에 비하면 가벼운 보복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의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유족이 와야 한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리 전 차석대사는 이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볼 강한 근거가 있다”며 재차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보건장관은 전날 “(유족이 오지 않으면) 통상 3, 4개월 뒤 무연고 시신으로 규정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급력 때문에 오랜 기간 유가족을 기다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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