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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이곳'을 찾는다 [이성모의 어시스트+]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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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었던 23일, 안필드의 한쪽 편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힐스보로 참사 희생자 추모비 앞을 찾은 리버풀 서포터들. 사진=이성모)

[골닷컴, 리버풀 안필드] 이성모 칼럼니스트 = 때로는 스쳐지나가며 목격한 하나의 모습, 하나의 사진이 뜻밖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때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을 앞두고 영국 전역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던 12월 23일,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의 한 편에서 본 장면이 그랬다.('박싱데이'로 바쁜 축구계 상황과는 달리 영국의 연말은 연휴를 쓰는 직장인들이 많은 등 이미 연말/연시 휴가 분위기인 것이 사실이다)

안필드에서 구디슨 파크까지 도보로 이동하기 위해 두 홈구장 사이에 놓인 공원('스탠리 파크')쪽으로 이동하던 찰나, 나는 수년 전 신축된 안필드 메인스타디움의 외벽에 조용히 놓여있는 힐스보로 참사 추모공간을 보게 됐다.

1989년 4월 15일, 리버풀 대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 경기가 열렸던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사고로 96명의 서포터가 사망한 비극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간이었다.

걸어서 지나가는 와중에도 순간적으로 숙연한 마음에 그 추모비의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두 사람이 나타나 그 추모비 앞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나는 그 장소를 떠난 후에도 몇번이고, 모든 곳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있는 가운데 힐스보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에 다가와 조용히 서 있던 두 남자의 모습을 계속 떠올리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그 순간 보여줬던 모습이야말로 축구에서 말하는 '리스펙트'(respect)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또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빠져있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추모하는 모습이야 말로 영국에서 축구를 일컫는 다른 표현인 '뷰티풀 게임'(Beautiful Game) 중 그 첫 단어(아름다운)와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1989년 4월, 자신들이 사랑하는 팀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았다가 세상을 떠난 96명의 축구팬들. 그들이 세상을 떠난지 이미 29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크리스마스에도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그들은 앞으로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2018년 12월 23일, 안필드에서 구디슨 파크로 향하는 길에 잠시 본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 덕분에, 나 역시 크리스마스 인사를 보내는 대신 한 편의 짧은 추모 칼럼을 그들에게 바친다.

1960년대 빌 샹클리 감독의 대로부터 달글리쉬, 제라드를 거쳐 '클롭의 아이들'까지 내려오는 리버풀의 저 유명한 '모토'처럼.(You will never walk alone)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도, 그들을 기억하는 남은 이들도. 그들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

리버풀 안필드 = 이성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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