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영하(20, 두산 베어스)가 싸움닭 기질을 발휘하며 1군 무대 적응을 시작했다.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다.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1군 입성 시기가 늦춰졌지만, 인상적인 1군 데뷔전을 치르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영하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2-5로 뒤진 7회 4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km 광속구를 던지는 오른손 파워 피처로 주목을 받았다. 이영하는 데뷔전에서도 최고 구속 150km를 찍었고, 공 14개를 던지면서 볼이 2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영하는 "포수(박)세형이 형만 보고 던졌다. 처음 올라갔을 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조금 지나니까 시끄러워지더라. 떨리진 않았고 많이 흥분됐다. 관중이 많은 데서 던지니까 더 재미있었다"며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말했다.
첫 타자 로저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빠른 공에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면서 서동욱과 김주찬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뒤 최형우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은 게 약이 됐다. 이영하는 "딱 맞고 나서 처음에는 '아 직구로만 붙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열 받았다. 구속도 잘 나왔고 코스도 잘 들어갔는데 그게 장외 홈런이 됐다. 안 떨어지고 계속 날아가는 거 보니까 열이 받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고등학교 때부터 잘 던진 공이 맞으면 '망했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걸 쳐?'라는 마음으로 더 세게 던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영하가 퓨처스리그에서 던지는 걸 보고 이강철 2군 감독에게 물으니 정말 강심장이라고 하더라. 배짱이 정말 좋은 투수"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광속구 투수답게 마무리 투수를 향한 로망을 표현했다. 이영하는 "어디든 맡겨 주시는 자리에서 잘 던지고 싶다. 마무리 투수 로망은 있었다. 지금 (이)용찬이 형, (이)현승이 형이 많이 알려 주신다. 준비하는 법도 많이 배우고 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마무리로 뛰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 선린인터넷고 시절인 2015년 제 69회 황금사자기 결승전에 나선 김대현(왼쪽)과 이영하 ⓒ 한희재 기자
LG 트윈스에서 뛰고 있는 오른손 투수 김대현(20)은 이영하의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다. 선린인터넷고 동기인 김대현은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가 LG와 두산에 나란히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주목을 받았다. 이영하는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됐을 때 "(김)대현이를 보면서 나도 빨리 가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마무리 투수를 꿈꾸고 있지만, 김대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진 않은지 물었다. 이영하는 "지금은 재활을 마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투구 수를 늘릴 단계는 아니다. 나중에 선발투수로 기회가 온다면 한번 같이 선발로 던지면 좋을 거 같다. 둘 다 지명받았을 때부터 같이 생각하면서 재미있을 거 같다고 말했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려지는 경쟁 구도와 관련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영하는 "3학년 때는 원투펀치에서 내가 '원'이었지만, 1, 2학년 때는 내가 '투'였다. 경쟁심으로 멀어질 일은 없다. 같이 하면서 물어보고 잘 지낸다"며 활짝 웃었다.
데뷔전 감을 유지하는 게 1차 목표다. 이영하는 "홈런 맞은 장면만 편집하고, 그다음 투구 내용만 유지하면서 계속 던지고 싶다. 지금 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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