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기자] 주전 자리가 탐이 날 법도 한데, 박세혁은 양의지의 복귀를 진심으로 반겼다.
박세혁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박세혁의 결승타에 힘입어 kt를 7-3으로 누르고 6연승을 질주했다.
박세혁은 첫 타석부터 빛났다. 2사 주자 2루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김재호를 불러들였다. 1-0 선취점.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었다. 이어 4회 1사 1루서는 볼넷을 골라나간 뒤 후속 허경민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또한, 6히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려냈다.
앞선 두 경기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세혁. 그러나 이날만큼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세혁은 "잘 맞은 타구가 많아 신경쓰지 않았다. 룸메이트인 (김)재환이 형이 '나는 한 달 동안 2할 친 적도 있다. 그런 때가 있다. 너의 경기 그대로 해라'라고 조언해줬다. 정신적, 기술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2회 기회에서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0타수만의 안타였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좋은 타구들이 연이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백업 포수'였던 박세혁에게 지난달 25일은 전환점이었다. 주전 양의지가 손가락 골절로 이탈하게 된 것. 박세혁은 이후 주전 마스크를 썼다. 20경기서 타율 2할6푼5리, 1홈런, 6타점. 하위타선에서 쏠쏠히 활약하고 있다. 또한, 양의지가 빠진 기간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4.81로 롯데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공수 모두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인 셈이다. 양의지는 25일 경기에 앞서 1군에 등록됐다. 그는 복귀 후 인터뷰에서 "나 없는 동안 (박)세혁이가 워낙 잘해줬다. 이게 두산이 강한 이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세혁은 이러한 이야기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양)의지 형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포수 아닌가. 난 주전이 아니다. 우리 팀의 포수는 의지 형이고, 지난 한 달간은 주전 포수 없이 경기한 것이다. 의지 형이 돌아와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라고 강조했다. 양의지의 복귀는 박세혁의 출장 시간을 줄일 것이다. 그러나 '막힐 때 물어볼 수 있는 선배'의 존재만으로도 박세혁은 든든하다.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적어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박세혁은 양의지의 부상 직후 "우리나라 최고 포수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 엄청 부담된다. 하지만 계속 '부담된다'라고 되뇌이는 것보다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볼 생각이다"라고 패기있게 밝힌 바 있다. 한 달의 시간. 박세혁이 느낀 무게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는 "초반에는 무거웠는데, 마음을 비우니 견딜만 했다. 누구도 나에게 의지 형만큼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 내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그 점에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경기에 나설 때 포수로서 책임감이 뭔지를 확실히 배웠다. 올 시즌이 남은 야구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두산이 포수 왕국인 이유, 그리고 강팀인 이유. 박세혁은 이 두 가지 이유를 모두 증명하고 있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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