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기자] 팀에서 단 두 명뿐인 외국인 투수. 롯데는 그 중 한 명을 추격조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는 23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3-10으로 패했다. 6연패 뒤 2연승을 달리던 호조에 잠시 멈춤 버튼이 눌렸다.
선발투수 노경은이 1회부터 홈런 한 개 포함 6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5실점으로 무너졌다. 롯데 벤치는 닉 애디튼을 2회부터 마운드에 올렸다.
애디튼은 제법 버텨냈다. 2-5로 뒤진 2회, 볼넷 두 개를 내줬으나 무실점. 문제는 3회였다. 애디튼은 3회 선두 심우준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줬다. 이어 오태곤의 희생번트 타구를 애디튼 본인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주자 모두 세이프. 투수 실책이었다. 불운은 계속됐다. 후속 정현의 번트 타구가 1루 쪽으로 향했고, 이대호가 이를 잡아 홈 승부했다. 그러나 3루주자 심우준의 발이 빨랐다. 1실점 후 무사 1·2루, kt는 이해창의 희생번트와 로하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 더 달아났다. kt의 7-2 리드였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애디튼은 4회와 5회 안타 하나씩을 내줬으나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두 개를 처리한 뒤 마운드를 배장호에게 넘겼다.
이날 애디튼의 성적은 4⅔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 투구수는 69개였고 속구 최고구속은 143km를 찍었다. 1실점은 비자책이었으나 본인의 실책이라 수비를 탓할 수 없었다.
주목할 건 애디튼의 등판 시점. 팀이 2-5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어 두 번째 이닝인 3회 추가 2실점.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애디튼은 4⅔이닝을 던졌다. 선발투수가 무너진 상황에 올라와 버텨주는, '1+1'의 두 번째 투수이자 추격조의 역할이었다.
이로써 롯데는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추격조에 할애하게 된 셈이다. 애디튼은 이날 속구 44개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29개로 제구가 괜찮았다. 그러나 세 번째 이닝인 4회부터 140km를 넘는 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변화구로 커브 6개(스트라이크 3개), 체인지업 18개(스트라이크 11개)를 던졌는데,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승부처에서 믿고 내보내기 힘든 성적이다.
KBO리그 팀들은 세 장의 외국인 카드를 하나같이 '투수 2 타자 1'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투수 두 명은 모두 선발. '팀 전력의 반'이라고 평가받는 외국인 투수를 불펜으로 쓰기 아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무리투수나 셋업맨이 아닌 추격조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 롯데 마운드에서 믿을 만한 선발투수는 박세웅과 송승준뿐이다. 다른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 역시 부진한 상황. '임시 선발' 노경은과 박시영은 모두 신임하기 어렵다. 22일 경기서 뭇매를 맞은 노경은은 물론 박시영도 선발등판 2경기서 모두 난조를 띄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불펜으로 나선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롯데는 스카우트 팀을 미국에 파견했지만 '7월 전까지는 괜찮은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교체를 보류했다. 레일리나 애디튼 중 한 명을 교체하더라도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한동안 롯데의 씁쓸한 사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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