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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즈] 잉글랜드에 한 수 가르쳐준 프랑스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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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잉글랜드 친선전. ⓒPA Images/아이웨이미디어 

 

 

 

친선 경기 

프랑스 3 (움티티 21’, 시디베 43’, 뎀벨레 78’) 
잉글랜드 2 (케인 9’, 48’PK) 


재능으로 무장한 프랑스의 젊고 새로운 세대에 비해 잉글랜드는 한없이 연약하고 늙어 보였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마치 앙시앙 레짐(Ancien R?gime)처럼 낡고 바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디오 판독(VAR) 결과 라파엘 바란이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영리함과 체력, 속도를 자랑했으며 기술적으로도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잔인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교훈이었다. 존 스톤스는 자신감을 잃은 듯 보였고, 킬리안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는 끊임없이 스톤스를 괴롭혔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한 폴 포그바에 압도된 에릭 다이어와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지금까지 잉글랜드는 8경기에서 3승을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평가전에 나선 잉글랜드 선수들 중에서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였던 라힘 스털링과 결의로 가득했던 톰 히튼, 그리고 두 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만이 좋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잉글랜드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에 대해 프랑스가 지지의 뜻을 표하던 감동적인 순간에 케인은 은골로 캉테와 토트넘 동료인 위고 로리스 사이에 서 있었다. 프랑스 팬들은 케인과 잉글랜드 대표팀을 박수로 맞이했고, 잉글랜드 원정 팬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이어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잉글랜드 국가(God Save The Queen)를 함께 부르고 카드 섹션으로 잉글랜드 국기인 성 조지(St. George) 깃발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울트라들의 앞에 펼쳐진 “맨체스터, 런던과 함께(United with the cities of Manchester and London)”라는 메시지도 연대의 뜻을 담고 있었다. 프랑스 축구 협회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고, 프랑스 팬들이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며, 케인과 잉글랜드 대표팀이 마음 깊이 받아들인 메시지였다. 자유, 평등, 박애, 연대 (Libert?, ?galit?, Fraternit?, Solidarit?). 

득점을 통한 기여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대화하려는 의지와 책임감 있는 태도의 측면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케인은 즉시 경기에 깊이 관여하며 전반 9분만에 잉글랜드가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 흐르는 듯한 잉글랜드의 공격은 오른쪽 측면에서 델레 알리의 전개로 시작돼 스털링의 백힐에 힘입어 속도가 붙었고, 오버래핑하던 라이언 버트란드에게 이어졌다. 버트란드는 케인을 향해 크로스를 전달했고 사무엘 움티티를 제치고 쏜살같이 달려든 케인이 골문을 향해 가볍게 공을 차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위치를 파고들 줄 아는 케인의 재주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골이었다.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다. 킥오프에 앞서 리 딕슨으로부터 유니폼을 받으며 국가 대표로서 첫 번째 선발 출전을 기록한 히튼도 경기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 데뷔한 키어런 트리피어도 히튼과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의 전직 라이트백으로부터 유니폼을 받는 의식을 거쳤다. 

히튼은 45분 동안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히튼이 아니었다면 잉글랜드의 고난은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한때 히튼과 번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트리피어는 토마 르마흐와 음바페라는 강적을 상대하며 이내 데뷔전에서 맞닥뜨린 도전의 크기를 실감했다. 전반 16분, 프랑스는 케인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데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속도와 기술로 왼쪽 측면에서 돌파한 음바페가 뎀벨레에게 좋은 패스를 연결했으나 뎀벨레의 슈팅은 히튼의 왼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8분 뒤에는 히튼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수비가 완전히 와해되었던 것이다. 잉글랜드는 프랑스의 프리킥 상황에서 세 명의 센터백이 수비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전에서 올리비에 지루를 저지하지 못했다. 히튼이 지루의 헤더를 오른쪽으로 쳐내며 선방을 펼쳤지만, 잉글랜드의 수비수들은 이번에도 히튼에게 전혀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잉글랜드 수비가 히튼이 공을 쳐낸 상황에 너무 느리게 반응하는 틈을 타, 움티티가 정확한 슈팅으로 히튼의 골문을 함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움티티가 프랑스 대표팀에서 기록한 첫 번째 골이었는데, 대표팀에서 첫 골을 터뜨린 수비수는 움티티 외에도 더 있었다. 

하프 타임 직전에 지브릴 시디베가 득점을 기록하며 프랑스가 우위를 점하게 되기 전부터, 프랑스는 이미 잉글랜드를 압도하고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뎀벨레가 침투했고, 중앙에서는 포그바가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경기를 펼쳤다. 포그바는 다이어를 속이고 스털링을 피해내는 데 이어 부드러운 터치로 공중볼을 받아내고 델레 알리의 공을 뺏어내는 등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다이어와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포그바의 기술에 완전히 압도당했고,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쉽게 뒤쳐지며 우려점을 드러냈다. 

왼쪽 측면에서는 모나코 소속으로 아스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르마흐가 좋은 볼 터치와 움직임으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었다. 또 다른 모나코 선수인 음바페는 워밍업 시간의 일부를 라보나 연습에 투자했었는데, 경기에서도 그 대담함을 이어갔다. 음바페는 놀라운 움직임으로 트리피어와 필 존스를 혼란스럽게 한 뒤 슈팅을 시도했지만 히튼의 발에 가로막혀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스털링이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다이어의 슈팅이 아쉽게 벗어나는 등 잉글랜드에게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두어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프랑스가 경기를 지배하며 잉글랜드의 수비를 유린했다. 뎀벨레가 빠른 발과 방향 전환으로 몸을 던지는 스톤스의 수비를 따돌리고 왼발 슈팅을 하는 데까지 성공했던 것이다. 뎀벨레의 슈팅은 히튼의 선방에 가로막혔지만, 세 명의 프랑스 선수들이 히튼이 쳐낸 공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수비는 그 어디에도 없었고, 히튼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채로 내버려져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다이어와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역시 수비에 적절히 가담하지 않았다. 그 타이밍과 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시디베는 침착하게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라인 근처의 트리피어를 지나쳐 골망을 갈랐다. 시디베의 득점 이후 케인과 다이어가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하프 타임이 끝난 후, 잉글랜드를 다시 끌어올리는 책임을 떠안은 선수는 케인이었다. 알리와의 경합 끝에 바란이 퇴장을 당하면서 잉글랜드에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케인이 이를 성공시키면서 동점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바란의 퇴장은 비디오 판독 담당 부심 마르코 구이다와 VAR 수퍼바이저 마시밀리아노 이라티의 도움을 받아 내려진 판정이었고, ‘VARane (VAR+바란)’을 헤드라인에 올릴 만할 결정이었다. 다비데 마사 주심은 신속하게 레드 카드를 들어 보이며 바란을 내보냈고, 케인은 골문 한 가운데에 공을 꽂아 넣으며 페널티킥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0명이 된 프랑스는 음바페를 앞세워 4-4-1로 전술을 조정했고, 음바페가 전방에서 위협적인 활약을 펼치자 스톤스는 음바페를 막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다. 후반전에 히튼의 뒤를 이어 골키퍼 장갑을 낀 잭 버틀란드도 음바페의 득점 기회를 저지했다. 뎀벨레는 마치 가레스 베일을 보는 듯한 빠른 터치와 질주로 라이언 버트란드 대신 왼쪽 수비수로 나선 카일 워커를 제쳐냈다. 잉글랜드가 조직을 재정비해 수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뎀벨레의 속도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스톤스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음바페가 스톤스를 따돌리고 득점 기회를 노렸으나, 슈팅이 높게 뜨면서 크로스바를 맞추고 말았다.  

경기 종료까지 15분을 남겨 둔 상황에서 사우스게이트는 대담한 변화를 시도했다. 트리피어를 빼고 존스에게 오른쪽 수비를 맡기는 대신 아담 랄라나를 투입하며 백스리를 포기했던 것이다. 이제 잉글랜드의 포메이션은 4-2-3-1로 바뀌었고, 잉글랜드에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는 선수는 여전히 스털링이었다. 스털링은 빠른 속도와 영리한 움직임으로 르마흐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프랑스는 계속해서 단단함을 유지했다.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파도타기를 시작했고, 테레사 메이 영국 수상도 잠깐이나마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참했다. 메이 수상과는 달리 몇몇 보수당원들은 파도타기에 함께하지 않았다. 잉글랜드 수비는 결코 탄탄하다거나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었고, 프랑스는 마치 보리밭을 헤치는 낫처럼 잉글랜드 수비를 괴롭혔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12분 전, 마침내 프랑스가 우위를 되찾았다. 잉글랜드가 공을 빼앗긴 후 전방의 음바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고, 음바페의 패스를 받은 뎀벨레가 버틀란드를 무너뜨리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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