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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오재원 키스톤 콤비, 환상의 호흡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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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리그 정상급 키스톤 콤비,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다

[오마이뉴스유준상 기자]

손시헌-고영민, 2000년대 후반과 2010년까지 두산의 내야를 이끌었던 키스톤 콤비였다. 그러나 고영민이 갑작스럽게 부상과 부진으로 하락세를 탔고, 그 자리를 오재원이 메웠다. 뒤이어 2013년에는 김재호가 손시헌의 주전 자리를 위협하면서 자연스럽게 팀 내야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재호와 오재원, 두 선수가 시즌 내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팀 성적도 좋지 않았고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김재호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체력 문제를 드러냈다.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어딘가 모르게 팀도, 새로운 키스톤 콤비도 아쉬움을 남겼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체력 관리에 주안점을 둔 김재호는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또한 FA를 앞두고 주장 완장을 찬 오재원은 특유의 쾌활함을 뽐내며 팀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전년도에 비해 수비 안정감은 물론이고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 이들은 이듬해에도 맹활약하며 21년 만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올해,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와 함께 태극마크라는 또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 김재호-오재원 두산 왕조를 이끄는 주역, 이들의 환상 호흡은 올해도 계속된다.
ⓒ 두산 베어스


엄마같은 김재호, 아빠같은 오재원이 보여주는 환상의 호흡

오재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김재호를 엄마에, 자신을 아빠에 비유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김재호는 부드럽게 팀을 이끌고, 보기만 해도 활력이 넘치는 오재원은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팀을 이끈다는 점에서 각각 엄마와 아빠에 비유했다. 그러나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좋은 주장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김재호는 공-수에서 큰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공격과 수비를 보여주면서 리그 정상급 유격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2년 연속으로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고, 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가장 먼저 두산과 재계약 도장을 찍으며 2017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2015년 말 두산과 재계약 도장을 찍은 오재원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주장 완장을 김재호에게 넘기면서 부담감은 줄었지만 오히려 이전 시즌보다 부진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들 중에서 네 번째로 낮은 타율을 기록했고 팀 내에서도 굉장히 낮은 수치였다. 실책도 16개나 기록해 리그 내 2루수들 가운데 정근우(한화)와 함께 이 부문 최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재원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5타수 5안타 타율 .333(3할3푼3리)를 기록했는데, 특히 4차전에서 4-0으로 앞서던 9회초에 3점 홈런을 터뜨려 NC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최근 오재원은 한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를 회상하면서 정규시즌에서의 오재원에게는 50점, 한국시리즈에서의 오재원에게는 90점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가을야구의 좋은 기억을 다시금 되새겼다.

두산의 내야진은 말 그대로 포화 상태이다. 매년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것이 내야진뿐만 아니라 두산 야수진에선 낯선 일이 아니다. 김재호와 오재원 두 선수 역시 주전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젊은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파고들 수 있는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두 선수의 활약에는 보이지 않는 내야진 내부의 치열한 경쟁이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유격수 자리에 김재호, 2루수 자리에 오재원이 없으면 뭔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두산 타자들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순위에서 김재호는 7위, 오재원은 9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R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만 놓고 보면 김재호는 팀 내 야수 가운데 1위, 오재원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말해 두 선수의 가치를 표면적인 지표로만 평가할 수 없는, 희소가치가 있는 선수들이라는 이야기이다.

*R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란 한 선수가 수비로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를 뜻한다.
 

▲ 김재호와 오재원 두산 내야의 중심에서 대표팀 내야의 중심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이들의 2017시즌이 기대된다.
ⓒ 두산 베어스


국대 베어스의 중심, 리그 정상급 키스톤 콤비의 호흡은 계속된다

이미 프리미어12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킨 두 선수는 WBC에도 차출됐다. 김재호는 일찌감치 28인 최종 로스터에 포함됐고 오재원은 정근우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대체 선수로 엔트리에 승선했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은 내야진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강정호(피츠버그), 정근우,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등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사정을 이유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WBC A조에 속한 네 팀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적인 전력만 놓고 봤을 땐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김재호, 오재원 모두 주전 야수들의 이탈로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제무대 경험이 전무한 김하성(넥센)보다는 프리미어12로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김재호가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오재원 역시 주전 2루수의 주인공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서건창(넥센)보다는 경험 면에서 한 수 위이다.

때에 따라선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함께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는 광경도 볼 수 있다. 팀 내에서 수비 하나로는 정평이 난 지 오래인 김재호와 오재원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2017 WBC에서도 함께 경기에 나선다면 호흡 하나만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센터 라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키스톤 콤비의 중요성, 어려운 대표팀의 사정은 누구보다도 두 선수가 잘 알고 있다.

주변 선수들은 이 두 선수를 서로 상극이라고 평가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성격에 있어서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라운드에선 두 선수 사이에 '상극'이 아닌 '상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는 키스톤 콤비의 환상의 호흡은 여전히 진행형에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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