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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스터 LG'들이 만들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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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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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90년대 최고 인기팀이었다. MBC 청룡에서 쌍둥이 군단으로 바뀐 첫 시즌인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오르며 20세기 최강팀 해태(현 KIA)의 아성을 위협했다. 신바람 야구는 모그룹의 간판까지 LG로 바꿔 달게 할 만큼 맹위를 떨쳤다. 

스타들도 부지기수였다. MBC 시절부터 활약해온 김용수, 김상훈을 비롯해 해태의 우승 DNA를 가져온 한대화 등 프로야구 초창기 멤버부터 '야생마' 이상훈과 신인 트리오 유지현-김재현-서용빈 등 94년 우승 주역, 여기에 97년 합류한 '적토마' 이병규까지 인기 선수들이 즐비했다. 

세기말 전성기를 구가했던 LG는 그러나 21세기 들어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2년 KS 진출을 마지막으로 10년 이상 암흑기가 이어졌다. 2013년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하기까지 LG 팬들의 가을 우수는 해마다 깊었다. 

하지만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왕년 인기를 재현할 기틀이 마련됐다. 특히 양상문 감독의 독한 세대 교체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아직 경험이 살짝 부족하지만 실수를 반복하면서 쑥쑥 자라고 있다. 

여기에 예전 대선배들의 명성을 이어갈 스타 기질에 대한 전통도 면면이 이어져 가고 있다. 마지막 '미스터 LG'로 불리는 박용택부터 김용의, 오지환 등 중고참을 거쳐 채은성, 양석환 등 후배들에게로 DNA가 이어지고 있다. 

▲"용택이 형 가르침에 환골탈태, 3년 전 조언이더라"

13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PO) 1차전 뒤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는 십분 감지됐다. 이날 경기 MVP에 뽑힌 김용의와 수훈 선수인 박용택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LG는 넥센을 7-0으로 완파하고 5전3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따냈다. 김용의는 결승 득점과 쐐기타 등 3안타 3득점 2타점으로 1번 역할을 120% 해냈고, 박용택도 3안타 2타점으로 중심 타자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경기 후 김용의는 "(넥센에 강했던 만큼) 하던 대로 항상 하자, 평소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해 넥센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그런데 MVP까지 뽑혀 정말 짜릿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김용의는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치렀다. 생애 첫 3할 타율(3할1푼8리)을 기록했고, 98안타 62득점 19도루 등은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그런 활약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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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6년 선배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김용의는 "(박용택 형이) 기술적인 부분들을 많이 얘기해주셨다"면서 "내 것만 추구했는데 형이 알려준 대로 변화를 줬고 후반기부터 맞기 시작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이는 이미 박용택이 수년 전 알려준 부분이었다. 김용의는 "생각해보니 3년 전에 이미 얘기준 것이더라"면서 "뒤늦게 깨달았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을 때리는 스타일이었는데 방망이의 면으로 막는 느낌으로 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용택은 "용의는 힘이 부족해 강하게만 때리면 결과가 좋지 않고 경쟁력도 떨어진다"면서 "그래서 정확하게 맞히는 타격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거들었다. 이어 "이대형(현 케이티)에게도 얘기했는데 이제야 타격폼을 바꿔서 3할을 친다"면서 "용의도 밀어쳐서 가운데와 왼쪽으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양석환-채은성 등 어린 LG맨도 성장

이는 박용택이 '타격 코치의 달인' 김용달 코치(현 KIA)로부터 배운 점이다. 박용택은 "코치님이 '멋있게 칠래, 잘 칠래'라고 묻는데 가슴을 찌르더라"고 말했다. 겉멋보다 실속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코치의 지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선배의 생생한 체험이 더 먹힐 때가 있는 법이다.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프로 생활에서 얻고 깨달은 조언은 어쩌면 다른 부분에서 더 효과가 크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용택은 답변하는 김용의에게 수시로 "기사로 쓸 게 없다. 재미가 없다"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다분히 농담이 섞였지만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은 후배를 일깨워 주는 충고였다. 

기사화가 많이 될수록 인지도가 높아져 스타로 클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이를 알고 있는 박용택은 후배가 더 많이 기사에 나오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박용택은 김용의의 인터뷰를 도우면서 때로는 자신이 나서서 직접 보충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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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김용의도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해줄 위치에 이르렀다. 이날 경기 전 양석환은 김용의가 지난 11일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앞두고 해준 조언을 귀띔해줬다. 김용의가 자신과 채은성에게 "큰 경기는 배포가 큰 선수들이 잘 한다. 자신감을 갖고 잘 치면 영웅, 못 쳐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이른바 스타 기질에 대한 조언이다. 결국 김용의는 당일 9회말 짜릿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때려냈고, 준PO 1차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영웅이 됐다. 양석환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쳐 아직 조언이 먹히지 않은 듯싶었지만 채은성은 이날 홈런성 2루타를 날렸다. 

이들을 지켜보는 박용택은 흐뭇하다. 박용택은 "스프링캠프를 하면서 올해는 정말 후배들이 잘하겠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올해 4위를 할 정도로 젊은 선수들이 잘했지만 사실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못 미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전 박용택은 오지환을 차기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았다. 오지환은 올해 잠실 유격수 중 최초로 20홈런을 달성하며 LG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마지막 '미스터 LG'인 박용택의 여전한 활약. 또 그 든든한 그늘 안에서 차세대 주역을 꿈꾸는 김용의 등 중고참들의 분전. 이들의 조언 속에 자라나는 어린 쌍둥이들. 어려운 성장 과정이 남아 있고, 힘든 여정에 쓰러지고 꺾이면서 모두가 대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아직 올해 PS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박용택은 "우리도, 넥센도 홈런을 치는 팀은 아니지만 누가 치면 2~3개도 나올 수 있다"고 노련하게 답했고, 그의 눈짓을 받은 김용의는 "제가 치겠습니다"고 패기있게 나섰다. 그렇게 '미스터 LG'들이 만들어져 간다.
 

기사제공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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