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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류’ 오타니, 칼 하나로도 전설되기는 충분하다 [이창섭의 MLB와이드]

조아라유 0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1회말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30)가 메이저리그에서 투타겸업을 선언했을 때 그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먼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배들은 “투수든, 타자든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타니는 본인만의 길을 개척했다. 초반 과도기가 있었지만, 결국 투타겸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2021년, 2023년 두 번의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배경에는 투타겸업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겼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오타니가 하나만 몰두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불가피하게 타자로만 나서야 했다. 수비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나오면서 순전히 공격에만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력을 다하는 타자 오타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오타니는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올해 지명타자로 출장하면서 자신의 타격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흔히 이상적인 선수를 가리켜 ‘5툴 선수’라고 한다. 타자로서 ‘정확성’과 ‘파워’, 주자로서 ‘스피드’, 야수로서 ‘수비력’과 ‘송구’를 겸비하는 것이다. 오타니는 수비를 하지 않지만, 정확성과 파워, 스피드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를 앞세워 올해 40홈런, 40도루 시즌을 달성했다. 흔히 40/40으로 표기하는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5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40/70을 선보인 바 있다.

오타니는 역대 6번째 40/40 달성자가 됐다. 40/40을 팀의 129번째 경기에서 달성했다. 지금까지 40/40 달성자들 중 가장 빨랐다. 그래서 오타니는 내친김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50홈런-50도루’ 시즌에 도전한다. 40/40 이후에도 홈런과 도루를 쌓는 속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12일(한국시각) 현재 47홈런 48도루를 완성했다. 다저스가 16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52홈런 54도루’ 페이스다.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50/50이, 오타니에게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2회말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컵스 2루수는 댄스비 스완슨.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현지에서도 오타니의 50/50 도전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홈런과 도루가 추가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MLB 네트워크’의 분석가 션 케이시는 “오타니는 홈런 메이저리그 전체 2위, 도루 역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고 놀라워했다. 참고로 50홈런 타자의 최다 도루는 24개였다. 1955년 윌리 메이스가 51홈런 24도루,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54홈런 24도루를 기록했다. 한편, 50도루를 한 주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지난해 아쿠냐(41홈런)였다.

50홈런과 50도루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다.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차이가 크다. 50홈런 시즌은 올해 애런 저지 포함 49번이 전부다. 그러나 50도루 시즌은 1900년 이후 무려 295번이 나왔다. 진입 장벽 자체가 달랐다. 지난해부터 바뀐 주자 견제 제한(2회)과 베이스 크기 확대(18인치)도 주자들을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 오타니가 놀라운 점도 50도루 때문이 아니라 50홈런을 눈앞에 둔 타자가 50도루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있다.

만약, 오타니가 50/50을 하게 되면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최초’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오타니는 개인 통산 3번째 MVP 시즌이다. 앞선 두 번은 투수로서의 성적도 반영됐지만, 올해는 순수 타자로서 이뤄낸 업적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지명타자는 MVP 투표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1993년 폴 몰리터와 2000년 프랭크 토마스, 2005년 데이빗 오티스, 2014년 빅터 마르티네스의 MVP 2위가 최고 순위였다.

즉, 오타니는 50/50과 함께 ‘지명타자 MVP’도 노리고 있다. 타자로만 나와도 메이저리그에 없었던 역사를 탄생시키려고 한다. 투수를 하지 않아도, 오타니는 경이로웠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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