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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기밀" 핑계대자, 언성 높인 재판관들

난라다리 0

[憲裁, 답변태도 불량 일제히 경고]

최순실 청와대 출입 등 물어도 "직무상 기밀이라 말못해" 반복

강일원 재판관 "그게 비밀이냐"

李씨 "대통령옷 제작 내가 주도"

이정미 재판관 "남자인 증인이 어떻게 여자 옷을… 납득 되나"

 

"지금 증언을 안 하겠다는 겁니까."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공개 변론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 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마이크를 켜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5급)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자 이 행정관은 "대통령 경호법 제9조 1·2항에는 경호원은 직무상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고 맞받았다. 9명의 재판관들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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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4차 변론 기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와 있다. 이 행정관은 지난 5일 탄핵 심판 2차 변론 때 증인으로 출석하는 요구를 받았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성형주 기자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 수행 업무 담당이었지만 실제로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수행 비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헌재는 청와대의 정책 결정 등에 최씨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와 세월호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동선(動線) 등을 묻기 위해 이 행정관을 증인으로 심판정(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이날 최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한 질문 같은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직무 기밀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에 박 소장과 재판관들이 일제히 이 행정관을 질책하거나 경고했지만 이 행정관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번 탄핵 심판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은 "최순실씨 청와대 출입이 어떻게 국가 기밀인가"라며 "증언을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이 행정관이 "대통령 경호법을…"이라며 똑같은 답변을 하려 하자 강 재판관은 말을 자르고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일제히 헌재 증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무슨 범죄 행위가 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증언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최씨가 청와대에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과 회의를 했느냐'는 안창호 재판관의 질문에 또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안 재판관은 언성을 높이며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이정미 재판관이 "박 대통령의 의상 디자인과 제작은 누가 결정했느냐"고 묻자 이 행정관은 본인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재판관은 "남자인 증인이 어떻게 여자 옷을…. 납득이 되느냐"고 했다. 이 재판관은 검찰 조사 결과 이 행정관이 2013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최 선생님(최순실씨) 들어가신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난 부분을 지적하면서 "증인이 당시 최씨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거 아닌가"라며 "최씨를 관용차에 태운 적 없다는 오늘 진술과 모순된다. 위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행정관은 이날 박 대통령이 노란 봉투에 담은 의상 대금을 의상실에 전달하도록 시켰다는 내용은 스스로 공개했다. 지난 5일 헌재에 출석한 윤전추 행정관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최씨가 대통령 의상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면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일원 재판관은 "최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것보다 대통령이 돈 봉투를 외부에 보냈다는 게 더 큰 기밀 아닌가"라고 했다.

이 행정관은 TV조선이 특종 보도한 2014년 11월 최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한 의상실에서 최씨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와이셔츠로 닦고 있는 영상에 대해 "수행 비서, 경호관으로서 평소 밴 습관"이라고 했다. 이 행정관은 차명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국가원수는 도·감청 위협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이 차명폰으로 청와대 상관들에게 '기(氣) 치료 아주머니 잘 모셔다 드렸다'는 등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헌재는 이날 류희인 전 세월호 특조위원과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도 증인으로 불러 세월호 당일 정부 대응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 압력 등을 신문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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