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을 달군 하나의 이슈는 앤서니 렌던(34‧LA 에인절스)의 발언이었다. 렌던은 오프시즌 한 라디오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는 질문에 "시즌을 짧게 하고 싶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렌던은 당시 "162경기는 너무 많다. 시즌만 185일이 치러진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 162경기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꼭 렌던 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휴식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이것이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부상 위험성을 높인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근래 현역 로스터를 25명에서 26명으로 1명 늘린 바 있다.
그런데 렌던의 이 발언이 눈총을 산 이유는 정작 렌던은 162경기를 치를 정도로 건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시절 올스타 3루수로 이름을 날렸던 렌던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약 3303억 원)의 대형 계약을 했다.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때는 인정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에인절스로 이적한 이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렌던은 코로나19로부터 메이저리그가 정상화된 2021년 이후 한 시즌 60경기 출전에 단 한 번도 없다. 2021년 58경기, 2022년 47경기, 2023년 43경기 출전에 그쳤다. 죄다 부상 때문이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48경기에 나갔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한 시즌 경기 수(162경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에인절스 팬들은 렌던의 발언에 난리가 났고, 타 팀 팬들은 렌던을 조롱했다.
그 148경기에서 활약이라도 좋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렌던은 워싱턴에서 7년간 916경기에서 타율 0.282, 158홈런, 6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8을 기록한 좋은 타자였다. 두 차례 실버슬러거도 수상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148경기에서 타율은 고작 0.235이고, OPS는 0.701에 머물고 있다. 비교군 평균 대비 OPS가 마이너스다. 에인절스로서는 속이 터지는 일이다.
부상으로 완전히 몸이 망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렌던의 지난해 OPS는 0.678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출발은 더 한심이다. 팀은 렌던을 리드오프로 기용하고 있지만, 렌던은 3일(한국시간)까지 첫 5경기 20타석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볼넷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딱 하나다. 20타수 1출루, 타율은 0에 출루율도 0.050에 불과하다. 4일 마이애미와 경기에서는 다른 주축 선수들과 달리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렌던은 콘택트 측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평균 타구 속도는 88마일(약 141.6㎞)까지 떨어져 하위권을 기고 있고, 그 떨어지는 타구 속도로 뜬공만 쳐 내고 있으니 안타 확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냥 마이너리그로 내리는 게 구단으로서는 이득인데 계약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렌던은 당연히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구단은 어떻게 해서든 렌던을 살려 써야 하지만,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렌던의 평균 연봉은 3500만 달러다. 계약 초기에는 연봉이 조금 적었다가,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각각 약 3857만 달러(약 521억 원)를 받는다. 올해 연봉만 따지면 팀의 간판 스타인 마이크 트라웃보다 더 높다. 렌던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에인절스는 외부 영입을 하기도 쉽지 않다. 재앙과 같은 계약이 지나가고 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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