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에선 은퇴하는 선수의 공적을 치켜세우기 위해 ‘영구결번’을 부여하곤 한다. 구단에 헌신한 스타 선수의 등번호를 후배들이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 무대에서 가장 영예로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폼을 벗은 고요한은 서울 유스팀인 오산고등학교 코치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서울과의 동행은 이어지는 셈이다. 오산고는 지난달 열린 제59회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요한의 지도자 첫 데뷔 무대였다. 고요한은 “선수 말년에 부상 탓에 힘들기도 했으나,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서울과 함께할 수 있어서 은퇴를 결심했다”며 “재밌고 공격적인 서울의 축구색깔을 더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 막 지도자의 길을 걸어 많이 배우고 있지만, 칼을 빼 든 이상 언젠가 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서울은 명가 재건을 위해 김기동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했다. 고요한은 “린가드가 온다는 소식에 1년만 더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면서 “반등을 위해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을 영입한 만큼 이번 시즌 하나가 되어 팬들이 원하는 강팀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중 고요한을 위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열기로 했다. ‘선수’ 고요한으로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그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축구화를 신고 서지는 못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팬 여러분도 고요한이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계속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제공 세계일보
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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