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한국과 싸워 지면 김판곤 감독은 물러나야 하나.
말레이시아 축구는 최근 김판곤 감독 아래서 부활하는 중이다. 2년 전 말레이시아에 온 김 감독은 부임 5개월 뒤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방글라데시를 누르며 대표팀을 본선에 올려놓았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7년 아시안컵 본선에 간 적이 있지만 이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최에 따른 자동 진출이었고, 이를 빼면 1980년 쿠웨이트 대회가 본선 자력 진출 마지막이었다. 무려 44년이란 세월이 지나 아시아 최고 대회에 명함을 다시 내민 것이다.
2022년 말부터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전기컵에선 말레이시아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불리는 조호르 바루 선수들 없이 4강에 진출하며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했다. 베트남, 태국 양강에 밀려 동남아 중위권으로 추락한 말레이시아 축구가 홍콩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김 감독 아래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김 감독이 24일 열린 아시안컵 본선 최종전 대한민국과의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경질 관련 질문을 받았다.
언제 물러날지 모르는 게 지도자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김 감독을 향한 퇴진 관련 물음은 뜬금 없다.
이번 대회에서 말레이시아는 요르단과 1차전에서 0-4, 바레인과 2차전에서 0-1로 패해 2경기 만에 16강행 무산이 확정됐다. 물론 조기 탈락이 아쉬울 수 있지만 요르단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며 2-2로 비겼다는 점, 중동 복병 바레인과는 강하게 저항하다가 경기 막판 통한의 실점을 내주고 말레이시아가 0-1로 진 것을 고려하면 초반 2연패를 오롯이 김 감독 책임으로 묻기도 어렵다.
말레이시아 축구가 성장하는 진통으로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회견장에서의 가시돋친 질문과 김 감독의 논리적인 답변은 말레이시아가 김 감독의 공을 얼마나 평가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한 취재진은 회견이 중반을 넘어간 시점에서 "여론이 전술적 판단과 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을 던지고 있는데 이를 해명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결국 김 감독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작년에 우리는 최고의 결과를 내며 증명했다. 또한 44년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자력)진출했다"며 자신이 이뤄낸 '팩트'를 설명한 뒤 "선수층 또한 최고다. 나는 그저 앞만 바라볼 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지,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단순히 지난 2년간 성적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차세대 대표 선수 육성까지 해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금 후에 더 센 질문이 나왔다. 다른 기자가 김 감독에게 대뜸 "감독직 압박을 느끼나. 앞으로 말레이시아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을 던졌다. 아예 대놓고 물어본 것이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받아쳤다. "당연히 압박은 항상 있다. 그러나 난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증명했다"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축구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축구 기반을 마련했기 떄문이다. 물론 압박감이 가끔씩 크게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경질 등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운명일 뿐"이라며 감독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거론했다.
김 감독은 "이어 그저 묵묵히 준비할 뿐이다. 부정적인 감정, 공포 모두 내려놓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초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회견장이 김 감독을 성토하는 자리는 아니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일부 구단의 횡포에도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아시안컵 본선이란 무대까지 왔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김 감독도 "한국과 3차전을 할 때 어떤 상황에서 할까란 생각을 했는데 (탈락해서)그런 가정은 필요 없게 됐다"고는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에서도 한참 떨어진 말레이시아 축구의 현실을 고려하면 김 감독이 오면서 이제 체계가 잡히고 성적이 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의 지난 2년 행보를 존중하고 미래를 위한 동반자로 계속 인식하는 게 맞다.
그런데 회견장에서 나온 이슈는 김 감독의 거취였던 셈이다. '적반하장'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대한민국에 참패하면 김 감독은 물러나야 하나. 김 감독은 한국전을 가리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붙을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 축구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꿈을 말했다. 그 꿈은 지금으로선 김 감독과의 동행 아래서 가장 현실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김 감독을 내보내자는 말레이시아 축구계 일부의 생각, 틀렸다.
사진=연합뉴스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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