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들블로커가 적성에 맞습니다.”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하혜진(28)은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남자배구의 레전드 하종화의 딸이다. 하혜진은 경해여중-선명여고 졸업 후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제한된 출전 시간 속에서 하혜진의 자신의 잠재력을 뽐내지 못했다. 도로공사에 있는 동안 세 자릿수 득점을 올린 시즌은 2019-20시즌 162점이 전부였다.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사진(광주)=이정원 기자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사진=KOVO 제공
하혜진은 2021년 페퍼저축은행 합류와 함께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 당시 김형실 前 감독의 권유가 있었다.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후 하혜진의 배구 인생은 달라졌다. 2021-22시즌, 미들블로커 전향 첫 시즌이었는데 30경기에 나와 156점, 공격 성공률 33%, 세트당 블로킹 0.392개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이후 부상으로 2022-23시즌을 날렸지만, 2023-24시즌 건강하게 돌아와 35경기 163점 세트당 블로킹 0.476개로 활약했다.
지난 11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MK스포츠와 만난 하혜진은 “지난 시즌은 다친 어깨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 생각보다 시즌을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어깨 불안함이 많이 줄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미들블로커 전향 선택은 나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웜업존에서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면서도 배울 점이 많지만, 코트에서 많은 시간 있으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 이제 미들블로커가 나의 적성에 맞다.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 스파이커도 거기에 대한 성취감, 희열이 있는데 미들블로커를 하면서 배구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도로공사에 있을 때도 가끔 해봤지만 이렇게 완전히 전향을 하니 배구가 더 재밌어졌다. 배구 열정이 불타오른다”라고 미소 지었다.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사진=KOVO 제공
하혜진은 최근 가벼운 어깨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지난 8일 울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KYK INVITATIONAL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경기에 뛰지 못했다.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하혜진은 “조금이라도 뛰었으면 참여하는 의미가 컸을 텐데, 부상으로 뛰지 못해 많이 아쉽다”라며 “언니들이 너무나도 멋있더라. 배구 발전을 위해 우리도 더 많이 뛰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 미들블로커 장소연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혜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로공사에서 선수 대 선수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혜진은 “도로공사에 있을 때는 감독님이 플레잉코치였다. 정규리그 우승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인연으로 다시 만났는데 어색한 건 없다.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들으려 하시고, 소통도 많이 하시려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사진=KOVO 제공
그러면서 “감독님은 선수 시절 느꼈던 부분을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를 해주신다. 디테일하다.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시즌 ‘한 경기 평균 10점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는 하혜진은 “미들블로커가 잘해야 윙 공격수들도 산다. 또 올해는 아시아쿼터 1순위 장 위 선수가 합류한다. 든든하고 잘할 것 같다”라며 “작년에 팬들이 말하기를 ‘페퍼저축은행이 이길 때까지 보러 온다’라고 했다면, 올해는 재밌는 경기를 보러 올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사진=KOVO 제공
광주=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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