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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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넌 정신이 있는 놈이냐? 야구를 뭘로 생각하냐?"
'최강야구' 더그아웃에 몰아친 차가운 질책. 24세 무명 선수에겐 한없이 무거웠을 야구 대원로의 일침.
청춘은 고난을 겪고 한단계 성장했다. 키움 히어로즈 원성준이 기적같은 역전포로 감동의 명장면을 완성했다.
지난해 2024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선 '최강야구' 동기 정현수(롯데) 황영묵(한화) 고영우(키움)의 이름이 차례로 불렸지만, 원성준의 이름은 없었다. 원성준은 뒤늦게 육성선수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마무리캠프 때부터 방망이 하나만큼은 만만찮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원래 타격에는 소질이 있는 선수다.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또 선수단에 자극을 주는 의미에서 원성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만큼 5월 이후에나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LG전은 원성준에겐 1군 등록 뿐 아니라 육성 선수의 신분을 벗고 정식 선수가 된 첫날이었고, 프로 1군 데뷔전이었다. 원성준은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 포함 2안타를 치며 사령탑의 믿음에 화답했다.
이튿날인 7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역전 결승포까지 쏘아올렸다. 원성준은 전날 수비 과정에서 실책을 범했음에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틀 연속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경기. 8회초 2사 3루 원성준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6회말에도 2루타를 치며 1점 추격을 이끌었던 원성준이다. 4-5로 따라붙은 7회말, 2사 1,2루, 마운드 위에는 삼성 필승조 김태훈. 원성준은 볼카운트 2B2S에서 김태훈의 146㎞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로 연결지었다.
'최강야구' 당시 원성준은 애증 가득한 애물단지였다. 재능은 출중하지만 수비 기본기가 좋지 못했다. 사령탑 입장에선 성장기에 연습을 게을리했다고 느낄 수 있다.
급기야 경북고전에선 뒤에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3볼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가 아웃되는 등 생각없는 타격으로도 김성근 감독의 눈밖에 났다.
사진=JTBC '최강야구' 방송 캡쳐
원성준은 다음 연습 때 1시간 일찍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연습은 학교 가서 해라. 경기할 때만 (최강야구)나와라"라며 차갑게 답한 뒤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피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거듭 용서를 빌었지만, "하루종일 붙어있어도 소용없다"는 대답만 받았다.
결국 연습에 끼지 못한 원성준은 고민 끝에 워닝트랙을 뛰었다. 내리는 부슬비 속에 다른 선수들이 연습을 마칠 때까지, 3시간을 꼬박 뛴 뒤에야 그 정성을 인정받았다. "(이 기억은)평생 남을 것"이란 말과 함께 김성근 감독의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원성준이 야구를 포기했다면, 지금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키움 관계자는 원성준에 대해 "야구를 향한 간절함만큼은 정말 남다른 선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