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신문로(축구회관)=박건도 기자]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KFA)의 올해 첫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다.
KFA는 보도자료를 통해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2024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릴 것이라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한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 정재권 위원(한양대 감독), 곽효범 위원(인하대학교 교수), 김영근 위원(경남FC 스카우터), 송주희 위원(경주산수원 감독)이 축구회관에 모인다. 조성환 위원(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최윤겸 위원(청주FC 감독)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KFA 관계자에 따르면 11시부터 진행되는 회의 내용은 오후 2시경 이후 브리핑을 통해 나온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직접 브리핑할 예정이다.
회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축구회관 앞에서는 정몽규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라는 현수막을 건 차량도 세웠다. 수십 명이 모인 가운데 한 팬은 마이크를 잡고 "정몽규는 사퇴하라, 그를 감싸는 부회장들도 물러나라"라고 외치고 있다. 회의가 진행 중인 현재도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부진과 계속된 외유 논란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축구회관 입구쪽 외관 벽면에는 '클린스만 전격 경질하라, 선임배경과 과정 연봉 모두 공개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지난 10일 이미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안컵 직후 열리는 전력강화위 회의에 화상 참석하는 이유다.
15일 축구회관 앞에 모인 팬들이 정몽규 회장 사퇴와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건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7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 경기 후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번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 감독 거취로 관심을 모은다. 64년 만의 우승을 자신했던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안컵 4강 요르단과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졸전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요르단을 만났던 한국은 대회 두 번째 맞대결에서 유효 슈팅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무기력한 패배 후 한국으로 돌아온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는 여전히 뻔뻔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경기 결과에는 환호하지 않았나.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좋은 경기를 했다"라며 "아시안컵 4강은 실패가 아니다. 여론이 악화된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다소 여유로운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이미 외신들도 감독 경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국 'BBC'는 한국의 아시안컵 탈락 후 "클린스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라고 표현했다. 독일 '스포르트1'은 "클린스만이 이끈 대한민국은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다. 대참사였다. 비교적 약체인 팀에게 무기력하게 졌다. 예상치 못한 패배다"라고 보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까지다. 본인을 향한 무수한 비판에 클린스만 감독은 "그런 얘기가 나오는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하겠다. 부임 후 1년 동안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라며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 승리 당시에는 많은 분이 열광했다.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탈락 후에는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스1
요르단과 준결승 경기 후 바닥에 앉아 아쉬워하는 손흥민. /사진제공=뉴스1
인천국제공항 입국 당시에도 팬들은 "이게 축구야", "집에 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욕설도 뒤섞였다. 일부 팬은 인터뷰 도중 엿을 던지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의연했다.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요르단과 경기 후 태도에도 한국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진수(전북 현대) 등은 요르단전 패배에 굳은 표정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웃으며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다. 요르단은 강했다.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KFA를 향한 불신의 여론도 더욱 뜨거워졌다. 영국 '더 선'은 14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내 불화 소식을 독점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요르단과 결승전을 앞두고 저녁 식사자리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어린 선수 중 일부는 탁구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저녁 식사 자리를 빨리 끝내고 나왔다. 이를 제지하려던 주장 손흥민과 선수들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손가락에 보호대를 차고 경기에 나섰다. KFA 관계자도 대표팀 내 다툼에 대해 "사실이 맞다"라고 답했다.
취재진과 만난 클린스만. /사진제공=뉴스1
경기 후 조규성(왼쪽)을 위로하는 이강인. /사진제공=뉴스1
심지어 '더 선'은 어린 선수 중 한 명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망)이라고 직접 밝혔다. 보도를 확인한 이강인은 14일 개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시안컵 4강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다. 앞으로는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른바 '매니저형' 리더십을 추구한다던 클린스만 감독의 명성에 큰 금이 갔을 법하다. 전 독일 국가대표이자 바이에른 뮌헨 선수였던 필립 람은 자서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단지 체력 훈련만 강조했다. 전술 지시는 없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규성(미트윌란)을 비롯한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아시안컵 대회 전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신다. 대표팀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결과는 참혹했고, 대표팀 내 불화설까지 터진 상황이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KFA의 결정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리핑 결과는 오후 2시쯤 황보관 위원장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클린스만. /사진제공=뉴스1
기사제공 스타뉴스
신문로(축구회관)=박건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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