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기가 살아야 하는 애인데. 진짜 지금 외국인 투수 2명이 없어서 쟤(곽빈)가 에이스거든요."
조웅천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는 지난달 3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한 우완 곽빈(25)의 투구를 지켜보며 같이 마음을 졸였다. 곽빈은 올해 구위가 나쁘지도 않은데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앞선 6경기에서 4패만 떠안으면서 33⅔이닝, 평균자책점 5.35에 그쳤다.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팔꿈치 염좌)와 브랜든 와델(허리 근육통)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라 곽빈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 줘야 했는데 좀처럼 기를 펴기가 어려웠다. 첫 승을 달성하기가 이렇게도 어려울 줄 몰랐다.
개막하고 한 달도 더 지난 시점에야 곽빈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는 6⅓이닝 103구 7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곽빈은 직구(44개)에 커브(28개),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7개)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섞어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평균 구속은 147㎞로 형성됐다. 커브를 결정구로 자주 활용했는데,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3개 구종 모두 효과적으로 제구가 잘됐다.
4회까지는 곽빈이 삼성 타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1회 선두타자 김지찬을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이재현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3회초 1사 후 이병헌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뒤에는 김성윤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삼성의 흐름을 뚝뚝 끊었다.
곽빈은 5회초 처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2사 후 류지혁과 이병헌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가 됐다. 김성윤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볼카운트 1-2에서 결정구로 커브를 선택해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초는 가장 큰 위기였다. 선두타자 김지찬을 투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낸 게 컸다. 1루수 양석환이 수비를 위해 베이스 왼쪽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라 곽빈이 직접 1루까지 뛰어갔으나 김지찬의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1사 후에는 구자욱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2사 후에는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베테랑 강민호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곽빈은 또 한번 커브로 위기를 탈출했다. 강민호는 곽빈의 커브를 방망이에 맞히는 데는 성공했으나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위기를 탈출한 곽빈은 크게 포효하며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6회까지 86구를 던진 곽빈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류지혁을 유격수 직선타로 잘 돌려세웠으나 이병헌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김성윤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두산 벤치는 여기서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믿을맨 최지강을 마운드에 올렸고, 최지강은 김지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재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흐름을 끊었다. 최지강(⅔이닝)-김강률(1이닝)-홍건희(1이닝)까지 불펜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곽빈은 승리가 없는 동안 어떤 점이 답답했는지 묻자 "내가 나왔을 때 경기를 계속 지니까 그게 가장 답답했던 것 같다. 작년에는 조금 많이 이겼던 것 같은데, 당연히 승리를 많이 하면 좋지만 팀 승리를 조금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나올 때 조금 많이 이기자라는 생각을 매일 하는데, 그게 조금 안 돼서 속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두산은 올해 곽빈이 등판한 7경기에서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2승을 달성했던 곽빈으로선 시즌 초반 흐름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곽빈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2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부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곽빈은 당시 6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승패 없이 물러나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날 전까지 가장 만족스러운 투구 내용이었다.
조 코치는 "아무래도 (곽)빈이가 경기 운영할 때 보면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커브 등 변화구 제구가 됐을 때 직구까지 상승 효과가 일어난다. 전에 (지난달 18일) 대구 삼성전(5이닝 5실점)과 이번 삼성전을 비교하면 커브 등 변화구 제구의 차이가 크다. 변화구 제구가 안 돼서 직구로만 가다 보면 요즘 타자들이 맞히는 능력들이 많이 좋아서 경기 운영이 힘들어진다. 좋은 경기를 보면 커브 활용도가 높고, 커브와 체인지업의 커맨드가 형성되면 직구랑 같이 상승 효과가 난다고 보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곽빈은 이날 커브를 많이 활용한 것과 관련해 "이제 야구도 데이터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커브의 피안타율이 많이 좋은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자신이 없을 때는 커브를 던지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타자들이 커브를 생각하게 만들면 내 직구랑 다른 변화구도 다 활용할 수 있으니까. 커브는 직전 경기부터 많이 던졌다. 올 시즌은 커브를 계속 쭉쭉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7회를 스스로 매듭짓지 못한 아쉬운 마음은 남았다. 곽빈은 "내가 그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상황인데, (이병헌에게) 안타를 맞고 거기서 조금 멘탈이 흔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불펜 투수들한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넘겨주고 내려왔다"며 아쉬워한 뒤 "(최)지강이는 홀드를 했다고 좋아하더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곽빈은 지난해 9승 뒤 선발 3연패에 빠졌다가 4경기 만에 생애 첫 10승 고지를 밟았을 때를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고 했다. 당시 포수 양의지(37)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곽빈은 "작년에 (양)의지 형이 '어차피 승패는 50대 50이니까. 그냥 경기 던질 때는 오늘은 승리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오늘(지난달 30일)은 출근할 때부터 '오늘 승리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조 코치는 곽빈이 조만간 승수를 쌓아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조 코치는 "어차피 시즌 지나고 나면 워낙 좋은 투수니까. 승리는 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조급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계속 구위는 좋았기 때문에 계속 그 정도로만 던져 주면 팀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거니까. 승리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구위도 좋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더니 본인도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따로 준비를 더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말했다.
곽빈의 구위를 믿고 기다렸다고 해서 초조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조 코치는 "마음을 많이 졸였다. 왜냐하면 에이스인데, 7경기 만에 승리가 나오지 않았나. 진짜 기가 살아야 할 애인데, 지금 외국인 투수 2명도 없어서 쟤가 에이스인데 마음 많이 졸였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뒤 "오늘 승리를 했으니까 일요일(5일 LG 트윈스전)도 기대가 된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곽빈은 "야수 형들이랑 투수 코치님들, 또 다른 많은 코치님들께서 많은 위로와 할 수 있다는 응원 메시지를 계속 나한테 줬다. 그게 조금 힘이 된 것 같다. 2021년에도 첫 승이 진짜 늦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이렇게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첫 승에 쫓기지 말자는 생각을 해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첫 승리 소감을 밝히며 안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곽빈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는데 오늘(지난달 30일)은 더 공격적인 투구와 함께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곽빈이 19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져준 덕분에 마운드 운용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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