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컵대회 MVP의 저주?'
스포츠 무대에서 최우수선수(MVP)라 하면 선수 누구나 받고 싶은 상이다. 하지만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같다. 한국농구연맹(KBL) '컵대회의 저주'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지 'KBL컵 저주'는 외국인 선수에 해당한다.
최근 부산 KCC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이 '출전 거부 사태'를 일으키면서 징크스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KBL 컵대회는 정규리그를 개막하기 전 프로 10개팀과 상무가 한데 모여 프리시즌을 치르면서 농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2020년 출범했다. 출범 첫 해 이대성(당시 고양 오리온)이 MVP를 수상했고, 2021년에는 김선형(서울 SK)이 영예를 안았다. 이후 2022년 이제이 아노시케(당시 수원 KT), 2023년 존슨으로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MVP가 탄생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 MVP의 운명은 컵대회 이후 본 무대(정규리그+플레이오프)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이대성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에서 4위를 기록, PO 진출에 성공했고 시상식에서 '베스트5'상을 받았다. 김선형은 컵대회 MVP의 기운을 더 화끈하게 살렸다. 컵대회 MVP를 받은 해 시작한 2021~2022시즌에서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석권하는, 통합우승 금자탑을 달성하며 플레이오프 MVP라는 최고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로 바통이 넘어가면서 공교롭게도 '행운'은 '저주'로 바뀌는 중이다. 2022년 컵대회에서 '2옵션' 용병인데도 평균 27득점-12리바운드의 놀라운 활약을 한 아노시케는 "대단한 물건 등장했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2022~2023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컵대회 MVP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복이 심했고, 부진을 되풀이 하면서 2라운드 만에 퇴출됐다. 당시 2라운드 현재 7승13패, 최하위로 떨어진 KT가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1옵션'이던 랜드리 은노코와 함께 용병 전원 물갈이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아노시케의 전철을 따르고 있는 이가 존슨이다. 존슨이 2023년 컵대회 MVP로 돌풍을 일으켰을 때, 농구계에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아노시케를 떠올린 이가 간혹 있기는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존슨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이라는 자존심만 너무 강했던 나머지 '팀 농구'를 하지 못했다. 스피드와 공격 본능은 뛰어나지만 수비는 상대 용병 매치업이 안되는 등 '구멍'에 가까웠고, 잦은 턴오버는 팀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NBA 출신의 자부심이 너무 컸던지 한국농구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패배의 지름길로 '정신 나간' 전술을 쓰지 않는 이상, 존슨의 출전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존슨은 지난 4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2차 연장의 혈투가 벌어지는 데도, 출전시간에 불만에 품고 출전 거부 사태를 일으켰다. 이는 KCC의 패배 빌미가 됐고, KCC 선수들도 존슨의 태도에 몹시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CC 구단은 존슨의 퇴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농구계 관계자들은 "아노시케와 존슨의 사례에 공통점이 있다. 컵대회는 각 구단이 '카드'를 모두 내놓지 않는 탐색 무대다. 컵대회에서 새로 온 선수들을 파악해 대처 방법을 연구한 뒤 정규리그에서 적용하는데, 두 선수 모두 '수'가 읽히면서 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면서 "막혔으면 스스로 살 길을 찾고, 주변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데 한국농구를 우습게 봤거나 자존심만 세운 나머지 끈끈한 한국농구의 매운 맛을 피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최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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