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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불러오는 트럼프…그가 모르는 함정들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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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매력 중 하나는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어법이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부터 “달러화가 너무 비싸서 미국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의 경제참모들도 잇달아 강(强)달러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는 20년간 지속돼온 강달러 정책의 종언으로 읽히고 있다. 

◇日·獨·中 환율조작에 쓴소리…어느정도는 옳고 효과있어 

이번주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통화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는데 우리만 바보 멍청이처럼 가만히 손놓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리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한술 더떠 아예 독일이라는 특정 국가를 겨냥해 “독일은 유로화 가치를 낮춰서 다른 유로존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등 교역상대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보여주는 수사(레토릭)의 엄청난 변화다. 

그리고 사실 어느정도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에야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고 야단이지만 그 이전 수 년간 중국 통화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수출 기업을 돕고자 했다. 독일 제조업체들도 유로화 약세 덕으로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도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내수(=소비)에서 생산으로 경제의 원동력을 전환시키려할 경우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가장 확실하다. 나바로 위원장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인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주기보다는 월급봉투를 넉넉하게 해주길 원한다”고 했다. 

당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직설적인 어법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겐 이해하기 쉽다. 효과도 즉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위원장 발언 이후 달러화 가치는 곧바로 떨어져 지난해 11월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역사상으로 弱달러정책 효과없어…中과 伊가 보여주는 반박

그러나 과거 역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약(弱)달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사실 빌 클린턴 대통령 하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루빈이 부활시킨 강달러 정책도 시장에서 별다른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거의 25%나 추락했다. 강달러 정책을 고수했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달러 정책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가짜뉴스`였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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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이후에도 계속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도록 시장에 개입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달러화 가치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더 떨어졌다. 위안화에 대해서는 강했지만 다른 통화에 비해 그보다 훨씬 더 약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위안화 절하 정책으로 공장들이 중국으로 가고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면 반대로 미국은 다른 나라에게서 그보다 더 많은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아 왔어야 했다. 그러나 2001년 12월부터 2008년 4월까지 교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화 실질가치는 24%나 떨어졌지만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210만개나 사라졌다. 결국 통화가치는 미국내 제조업 공장이나 일자리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변수가 아닌 셈이었다. 

또한 유로화 가치가 너무 높아 고생했던 이탈리아를 봐도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수지가 260억달러 흑자였다. 경제규모가 독일의 절반도 안되는데다 유로화 고평가 부담을 느꼈던 이탈리아를 감안하면 독일이 거둔 600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노믹스만 봐도 앞뒤 안맞는 정책…시장혼란 당분간 지속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정책은 그 자신의 다른 정책과도 충돌을 일으킨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법인세 등까지 낮춰 돈을 더 풀겠다는 그의 트럼프노믹스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달러화에는 강세요인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멕시코에 대한 보복관세 압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으로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까지 떨어졌고 또다른 타깃인 중국 위안화 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뛸 수 밖에 없다. 또 수입보다 수출을 강조하는 정책도 무역수지를 개선시켜 달러화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솔직 담백한 달러화 발언은 시장에 오히려 큰 혼란을 야기하는 노이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그의 정책 공약이 어떤 식으로 하나씩 현실화할 것인지에 따라 달러화는 그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트럼프의 입만 지켜보고 있어야할 판이다.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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