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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53명이 이룬 큰 기적, 오가초등학교 배구부

조아라유 0

 



충청남도 예산에 자리한 작은 시골 학교 오가초등학교. 전교생 숫자 53명, 한 학년당 10명이 되지 않는 곳에서 30년 넘게 배구부를 이어가고 있다. 한 팀에 필요한 선수가 최소 7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022년, 10명의 어린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매 순간이 기적 그 이상 이었다. 오가초가 써 내려간 감동과 기적의 순간들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더스파이크>가 예당 평야와 전국에서 가장 큰 예당 저수지를 품은 예산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과수원골 예산에 자리한 배구부
1922년 문을 연 오가초는 ‘즐겁게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학생’을 모토삼아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역의 어린이들을 교육했던 역사 깊은 학교다. 1982년 배구부를 설립했다. 청양초, 천안부영초, 둔포초, 한내초(남자배구부)와 엄사초, 충무초, 쌍용초(여자배구부)와 함께 충청남도 지역의 배구 꿈나무를 꾸준히 배출해온 전통 있는 초등학교 배구팀 가운데 하나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처럼 오가초는 전국 42개 남자초등학교 배구팀 가운데 전교생 숫자가 가장 적다. 경력도 대부분 1년 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실력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현재 오가초를 지도하는 장효실 코치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실업배구팀 효성에서 활약했다. 이후 경기도체육회와 수원시청을 거쳐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러 학교에서 코치 경력을 쌓아왔고 2018년 8월부터 오가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오가초는 장효실 코치와 함께 10명의 꿈나무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학년 권민성(154cm, S), 김지건(158cm, L), 김한진(170cm, MB), 안태준(166cm, MB), 우호진(167cm, MB)을 비롯해 5학년 김대영(155cm, OP), 김택준(163cm, OH)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4학년 김태웅(162cm, OH), 이은빈(150cm, OP), 조지향(150cm, OP)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오가초 출신의 유명한 프로 선수는 삼성화재 김정호다. V-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교를 위해 선뜻 기부도 해준 고마운 선배다. 덕분에 오가초 모든 선수들의 롤모델은 김정호다. 체육관 한 켠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선배님처럼”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김정호 선배에게 전하는 후배들의 메시지도 같이 있다.
 

오가초가 일궈낸 우승의 기적
2019년 장효실 코치가 처음 팀을 이끌었던 오가초등학교는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구성조차 쉽지 않았다. 단신히 7명으로 팀을 꾸려 대회에 나섰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다음 해인 2020년은 코로나19로 훈련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국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다. 본선 진출뿐만 아니라 8강까지 오르는 성적을 기록했다.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2021년 겨울방학 당시까지만 해도 고작 5명의 선수로 팀을 간신히 유지했다. 대회에 나가기 2주 전 6번째 선수가 팀에 합류하면서 어렵사리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5명으로 경기를 치른 2021년 소년체육대회 충남 대표 평가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팀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장효실 코치는 “2021년 학생체전 당시 부영초와 상대하면 1세트에 4점밖에 따지 못했다. 배구를 시작한지 8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이 4명이나 주전으로 뛰었을 뿐만 아니라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대회 경험을 쌓으러 나갔는데, 아이들이 예선부터 파이팅을 외치며 단합된 모습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점점 기량이 늘고 팀워크도 탄탄해진 아이들은 올해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3회 단양소백산기 전국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조별예선에서 서울수유초, 대구수성고, 경남하동초를 연달아 셧아웃으로 꺾으며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8강에서 지난해 우승팀이자 강팀으로 평가받는 울산언양초를, 4강에서도 서울면목초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했다. 무서운 기세였다. 하지만 아쉽게 결승에서 천안부영초에게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한 번 기세를 탄 아이들은 5월 종별선수권대회, 7월 해남배 전국대회, 9월 충남도민체전에서 3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우승을 넘봤다. 마침내 늦가을에 기다림의 결심을 맺었다. 11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천안에서 열린 ‘제31회 충청남도학생체육대회’ 초등학교 남자부 배구경기였다. 단양소백산기 대회에서 무릎을 꿇었던 상대 천안부영초를 결승에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6학년은 참여할 수 없었다. 규정이었다. 그래서 4학년 4명, 5학년 2명이 출전했다. 교체할 선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몇몇 선수는 배구공을 잡은 지 얼마 안 됐기에 완벽한 전력도 아니었다. 아산둔포초와 준결승에서 세트스코어 2-1로 힘들게 이겼다. 장 코치는 “상대 팀은 경기에 뛰는 선수 모두가 5학년이었다. 우리는 후보도 없이 경기를 치렀는데, 한 점 한 점이 오가는 시소게임이 펼쳐졌다. 아이들이 넋놓고 놓치는 공이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또다시 결승에서 천안부영초를 만났다. 완벽하게 설욕했다. 세트스코어 2-1로 꺾으며 처음으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천안 부영초가 올해만 4번 우승한 강호팀이에요. 워낙 강했기에 욕심 없이 결승전을 맞이했어요. 그런데 아침에 만난 아이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평소에도 밝은 표정, 강한 눈빛을 강조했지만, 이날은 정말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더라고요. 교체할 선수도 없이 코트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가득한 게 보였는데, 결국은 이기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항상 돌아올 수 있는 모두의 모교가 되길
오가초 배구부는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를 강조한다.

장 코치는 “선수들끼리 서로 정을 나누며 운동으로 즐거운 추억도 쌓고 교감하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듣고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다. 기본기부터 충실하게 익히고 기술을 쌓아가고, 성실하게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개인기량보다는 모두가 똘똘 뭉치는 팀”이라고 힘줘 말했다.



 



재미와 함께 장효실 코치는 긍정, 협동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한다. 코트 안에서는 6명이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다. 그의 마음을 잘 헤아린 어린 학생들은 훈련과 경기 때마다 함께 뛰고 소리 지르고, 아쉬워하며 득점 하나에 모두가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이와함께 힘들고 지친 선수에게는 응원을, 범실 하는 선수에게는 위로를 해준다.

장 코치는 “동료들 사이의 하이파이브와 긍정적인 이야기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줄이고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게 만든다. 가지고 있는 실력 2~ 3배 이상이 경기력으로 나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패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성실함이 없어지고 힘들어한다. 자연스럽게 코트 안에서 자세가 흐트러지고 목소리도 작아진다. 선수들의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지도자의 훈련 방식이 먹히질 않는다. 괜찮다는 지도자의 말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다. 순수한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플레이에만 신경을 쓰는 순간, 남의 실수를 탓하게 되고 우리라는 마법이 깨진다. 당연히 가지고 있는 실력 이하의 경기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가초는 한때 전교생이 1,000명이나 될 정도로 큰 학교였지만, 점점 출산율이 떨어지고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방 소규모 도시의 절박한 현실에 직면했다. 상황이 좋아질 기미도 없다. 내년 오가초에 입학하는 1학년 남학생은 2명에 불과하다. 현재 재학생 가운데 4~6학년은 14명이다. 이중 배구부는 6명이다. 그만큼 배구부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장효실 코치는 “이번 충청남도 학생대회를 치르기 전에 팀 해체 이야기로 며칠째 진지한 회의가 있었다.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급조해서 나가게 됐다. 한 명은 서브도 못 넘겼다. 나를 비롯해 부모님, 관계자까지 서브 차례가 올 때마다 아주 안타까워했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적은 있었다. “한 개도 못 넘어가던 서브가 결승전에는 3개나 넘어갔어요. 아이도 기쁘지만 관중들도 함께 박수를 쳐줬고요. 올 한 해 급하게 팀이 만들어진 상황에서도 기적적인 일이 다섯 번이나 만들어졌어요. 해맑은 아이들이 언제까지 마음껏 뛸 수 있을지 늘 불안한 마음이지만 엘리트 선수로 나가게 되더라도 항상 찾아올 수 있는 모교로 남아있길 늘 희망해요.”

작은 시골 마을의 학교에서 순수한 어린 선수들과 가슴 따뜻한 지도자가 함께 만드는 얘기는 마치 배구를 주제로 한 성장 드라마같았다.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코트에 있는 선수들 모두가 배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졌다. 이들의 꿈이 끊기지 않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적을 만들 오가초 배구팀에게 <더스파이크>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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