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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박진아 실종사건... 銅결정전 앞둔 북한의 '수상한 시나리오' [항저우 프리뷰]

조아라유 0

[스타뉴스 | 항저우=안호근 기자]

 

지난달 29일 남북 여자 농구 조별리그 경기에서 북한 박진아(왼쪽)가 박지현의 골밑 돌파를 차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장 206㎝ 괴물 센터. 북한, 아니 북측, 아니 'DPR 코리아(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박진아(20)가 사라졌다.

박진아는 지난 3일(한국시간) 중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4강전에서 결장했다.

박진아는 단 1분도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진아는 어디로 간 것일까.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메달색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들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백기투항하는 팀은 없다.

물론 중국은 강팀이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한국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62-81로 졌다. 한국이 FIBA 랭킹 13위인 걸 고려하면 사실상 승산이 없는 경기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86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박진아와 북한 여자 농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강호 중국전은 그 가능성 확인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결과를 떠나 단 10분, 5분만 뛰게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발견일 수 있었다. 박진아가 빠진 북한은 44-100으로 대패했다.



박진아(가운데)의 공을 가로채고 있는 박지수(오른쪽)과 이해란. /사진=뉴스1

 

 

그럼에도 정성심 감독은 박진아를 숨겼다. 물론 북한은 한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앞선 한 차례 맞대결에서 패했고 이번 대회 남측을 향한 북측의 냉랭한 태도를 보면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농구 대결에 꽤나 특별한 의미를 담아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심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명한 농구광이라는 점도 이날 경기에 북한이 총력전을 펼쳐야 할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혹은 우호적 관계인 중국과 암묵적인 전략적 제휴와 같은 셈법이었을 수도 있다. 이번 대회 북한 선수들은 가는 곳마다 현지 관중들로부터 중국 선수들에 준하는 환호를 받는다. 정성심 감독도 한국전을 마친 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기쁘게 생각한다. 많은 준비를 해주신 (중국의) 여러 많은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다른 대표팀 사령탑들로부터 쉽게 듣기 힘든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한국을 향해선 바짝 날이 서 있었다. '열정적인 북한 선수단의 응원에 대한 소감과 타지의 음식이 잘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정성심 감독과 동석한 의문의 북한팀 관계자는 굳이 영어를 사용하며 "우리는 '노스 코리아(북한)가 아니다"라며 "DPR 코리아(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다. 아시안게임에선 모든 나라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 이건(북한이라는 명칭은) 좋지 않다"고 발끈했다.

5년 전 단일팀으로 합을 맞춰 은메달을 합작했던 사이이기에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다. 당시 단일팀에서 뛰었던 박지수와 강이슬, 박지현도 싸늘하기만 한 북쪽 선수들의 반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단비(왼쪽에서 3번째)가 박진아(왼쪽) 등 북한 수비를 뚫고 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뉴스1

 

 

심지어 북한 내 중계방송에선 한국을 '괴뢰'로 표기하는 일까지 나왔다. 얼마나 한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달까지 달려 있는 경기라면 더욱 북한의 전투력은 올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5일 오후 5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Gymnasium)에서 남과 북의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다.

체력을 비축한 박진아를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남측의 우위가 점쳐진다. 지난 경기에서 박진아의 위력을 충분히 실감했지만 반대로 북한은 '박진아 원맨팀'이었다.

박진아에게 29점 17리바운드를 내줬다. 맞상대한 박지수는 18점 13리바운드. 수치로만 보면 판정패였으나 효율을 따지면 전혀 반대였다. 박진아가 코트에 들어서 있을 때 팀은 19점을 잃었다. 반면 박지수는 +20의 코트 마진을 나타냈다.

전반까진 박진아의 위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한국이지만 박지수가 상대법을 파악했고 트랩 디펜스(더블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날개가 꺾인 북한은 3점슛을 퍼부었지만 성공률은 단 19%(7/36)에 그쳤다. 즉 박진아만 잘 막으면 두려울 게 없는 팀이란 걸 확인한 셈이다.

한국을 꺾겠다는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승산이 크지는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난 북한전 종료 후 박진아를 효율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며 분을 삭지 못했던 박지수가 이번엔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지수(왼쪽)가 박진아가 버티는 골밑에서 빠져나와 미들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제공 스타뉴스

항저우=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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